세계 7대 불가사의 대피라미드 속 ‘비밀 공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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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이집트 기자 지구의 가장 큰 피라미드인 ‘쿠푸(Khufu)의 대(大)피라미드’에서 새로운 공간이 발견됐다. 피라미드를 훼손하지 않고 ‘뮤온(muon)’ 입자를 검출하는 방법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일본 나고야대·프랑스 파리-사클레대·이집트 카이로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 ‘스캔 피라미드 미션’(Scan Pyramids Mission)팀은 “대피라미드에서 길이가 30m 이상인 공간을 찾았다”고 2일 밝혔다.

쿠푸의 대피라미드 항공사진. [ScanPyramids mission]

쿠푸의 대피라미드 항공사진. [ScanPyramids mission]

이집트 통치자 파라오 쿠푸의 무덤인 대피라미드는 약 4500여 년 전(기원전 2509년~2483년)에 건설됐다.

꼭대기 부분만 마모됐을 뿐 현재도 높이 139m, 너비는 230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구조물 내부에는 방 3개와 통로들이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10월 출범한 스캔 피라미드 미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피라미드를 파내지 않고도 내부를 살필 수 있는 방법을 증명했다.

마치 엑스레이로 몸속을 보듯 투과력이 좋은 뮤온 입자를 이용해 피라미드 내부를 확인한 것이다.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뮤온은 고에너지 입자들인 우주선(cosmic rays)이 대기와 충돌할 때 생기는 입자 중 하나다. 두꺼운 콘크리트나 돌도 통과할 만큼 투과력이 좋고, 뮤온이 투과한 물질의 밀도에 따라 뮤온 입자 수와에너지양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뮤온이 투과한 물질의 뮤온 입자 수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피라미드 내부를 확인했다. 투과한 물질 안이 비어있다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뮤온 입자 수가 더 많이 검출되는 식이다.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이 뮤온 검출법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의 내부 상태를 알아볼 때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으로 대피라미드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피라미드 통로(그랜드 갤러리·길이 46.7m) 위에 이 통로와 유사한 30m 이상 길이의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ScanPyramids mission 유튜브 캡처]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현대 입자물리학이 고대 유적의 구조를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라며 앞으로 지구 내부 관련 연구에도 뮤온이나 중성미자 등 입자들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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