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실수로 뒤바뀐 아들… 두 부부의 선택이 낳은 놀라운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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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병원 실수로 바뀐 남의 아들을 키워온 중국의 두 부부가 수년 만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서로 자녀를 바꾸지 않은 감동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11월 1일 중국 신랑망 등 외신에 따르면 저장(浙江) 성 쑤이창(遂昌) 현에 사는 여성 지씨와 뤄씨는 1983년 9월, 같은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병원 실수로 지씨와 뤄씨의 아들이 바뀌었다. 물론 그런 일을 알 리 없었던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각자 집으로 향했다.

몇 년 뒤, 지씨의 시누이가 자신이 일하는 유치원에서 지씨의 남편과 매우 닮은 4살 남자아이를 발견하면서 이들 가족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지씨의 아들. 하지만 그는 병원의 실수로 뤄씨 부부 집에서 살게 된다. [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영상 캡처]

지씨의 아들. 하지만 그는 병원의 실수로 뤄씨 부부 집에서 살게 된다. [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영상 캡처]

지씨 부부는 자신의 아들에게 혈액형 검사를 받게 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다 A형인 지씨 부부와 달리 아들은 B형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중 지씨 부부는 친아들을 찾으려는 뤄씨 부부를 알게 됐다.

산부인과 기록을 대조한 끝에 병원의 실수로 아들이 바뀐 사실을 밝혀냈다. 두 부부는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판결에 따라 각각 1000위안(약 17만원)을 받게 됐다. 정신적 충격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두 부부는 아들을 서로 바꿀 것이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이들은 낳은 정도 중요하지만 몇 년 동안 기른 정이 더 크다고 봤다. 생물학적 아들보다 키운 아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들은 서로 아들을 바꾸지 않았다. 갑자기 가족이 바뀐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잘 커온 아이들의 충격이 클 거라고 판단했다.

뤄씨의 아들. 하지만 그는 병원의 실수로 지씨 부부 집에서 살게 된다. [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영상 캡처]

뤄씨의 아들. 하지만 그는 병원의 실수로 지씨 부부 집에서 살게 된다. [사진 중국 다유신문망 영상 캡처]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부는 자주 왕래했고, 아이들도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계속 만날 수 있게 됐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이들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올해 34살이 된 두 아들은 각자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자식도 낳았다. 어렸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성장 과정에서 알았지만, 부모를 탓한 적은 없다고 한다.

청씨는 “과거는 과거로 지나가게 둬야 한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뤄씨의 아들과 그를 키운 지씨 부부. 지씨의 아들과 그를 키운 뤄씨 부부(왼쪽부터). [사진 중국 신랑망]

뤄씨의 아들과 그를 키운 지씨 부부. 지씨의 아들과 그를 키운 뤄씨 부부(왼쪽부터). [사진 중국 신랑망]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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