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교량 등 안전점검...낙찰가 50%만 받고 부실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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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인천 등 전국 40여 개 교량과 고가도로 등이 무자격자에 의해 안전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무자격자가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교량. [사진 인천해경]

서울을 비롯한 인천 등 전국 40여 개 교량과 고가도로 등이 무자격자에 의해 안전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무자격자가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교량. [사진 인천해경]

서울과 인천 등 전국 40여 곳의 교량과 고가다리 등의 시설물 안전점검이 무자격 업체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자가 진행하다 보니 낙찰가격의 70%나 낮은 가격에 점검이 이뤄진 경우도 있는 등 부실점검이 우려되고 있다.

인천해경, 교량 등 안전점검 무자격자 5명 입건 #안전진단 업체서 낙찰가 50%만 받고 재하도급 #어떤 곳은 낙찰가의 30%만 받고 하도급 주기도 #해경, "제2 성수대교 붕괴 예방 위해 지속 단속"

인천해양경찰서는 안전진단 업체들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무자격으로 안전점검을 벌여 온 혐의(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로 김모(36)씨 등 5명을 불구속으로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또 김씨 등에게 불법 하도급을 준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A씨(49) 등 11명과 법인대표 13명, 중개업자 4명 등 모두 28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이들이 낙찰받은 안전점검 사업을 낙찰가의 50%만 받는 조건으로 재하도급을 받아 점검해 온 혐의다. A씨 등 28명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낙찰받은 사업을 김씨가 무자격자임을 알면서도 불법 재하도급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 업체는 모 안전진단업체가 8400만원에 낙찰받은 시내 고가도로 안전점검 사업을 6700만원에 하도급받은 뒤 이를 김씨에게 2000만원에 불법으로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낙찰가의 30% 정도만 받고 안전점검에 나선 것이다.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이들은 경찰에서 “자격증만 없다 뿐이지 점검은 똑같이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가 무자격으로 점검한 곳은 인천 지역에서만 교량 2곳, 고가다리 2곳, 도로 1곳 등 5곳이다. 또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40여 곳이나 된다. 교량과 방파제, 연륙교, 연도교, 해수 갑문 시설 등 대상도 다양했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챙긴 돈만 13억원에 이른다.

인천해경은 시설물이 포함된 해당 지역 공공기관 등에 불법 하도급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통보했다.

신용희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해양 시설물을 철저히 점검하지 않으면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불법 하도급 행위를 지속해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a.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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