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제안한 ‘전작권 조속한 전환’ 제동 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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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국방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군사력은 한·미 동맹과 견줄 수준이 아니다“며 ’실수하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김경록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8일 국방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군사력은 한·미 동맹과 견줄 수준이 아니다“며 ’실수하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김경록 기자]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겨받는 ‘전작권 환수’가 문재인 정부가 밝힌 대로 ‘조속히’ 이뤄질까.

한·미 SCM, 미래연합사 승인 불발 #국방부 “내년에 다시 보고하기로” #북 핵·미사일 위협 지속되는 상황 #한·미, 전환 조건 견해차 가능성

한·미 모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 28일 처음 열린 제49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공동성명만 보면 조속한 전환에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송영무, 제임스 매티스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한다는 양국 정상의 합의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한 번도 변함없이 일관적”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통수이념(군 통수권)이 있는 대통령이 갖는 게 마땅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기를 빨리 당긴다는 게 아니고 조건을 빨리 성숙시켜 그 시간이 되면 환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군의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부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조속히’ 달성하겠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당초 공약에 ‘현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이전)에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조속히’로 문구를 수정했다.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인공위성 등 독자적인 정찰감시 체계 등 필요한 무기체계가 많은데, 이를 임기 안에 충분히 갖출 수 없다는 우려에 따른 판단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SCM에서 ‘조속한 전환’을 재확인한 것은 문 대통령의 조속한 환수에 대해 한·미가 공감대를 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국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전작권 조기 전환 원칙에 합의하는 것보단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제46차 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면서 한·미 양국은 전환 시점을 판단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 능력을 갖추며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 안정적일 때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환 조건에 대해 한·미 간 견해차가 클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특히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사령부를 대신하는 미래 연합군사령부(미래사) 편성안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점이 양국 간 견해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미래사 편성안을 이번 SCM에서 승인받겠다”고 밝혔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참모 조직에 대해 조율이 되지 않았다. 내년 SCM에 다시 보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의사가 없다”고 보도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전작권 전환 반대는 아니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지난달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전작권 조기 환수를 목표로 한다’는 발언 이후 미국은 한국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데도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려고 추진하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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