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연필·카메라 같은 것, 스토리 없으면 소용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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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피에르 코팽 감독. [연합뉴스]

피에르 코팽 감독. [연합뉴스]

“텔링할 스토리가 없으면 기술은 소용이 없죠. 기술은 연필이나 카메라 같은 건데, 더 빨리 적을 수 있게 좀 더 빨리 수정할 수 있게 도와줄 순 있지만, 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거기까지입니다.”

‘슈퍼배드·미니언즈’ 코팽 감독 #스토리는 매우 인간적인 영역 #AI가 큰 역할 하리라 생각 안 해

세계적인 흥행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를 연출한 피에르 코팽 감독의 얘기다.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넥스트 콘텐츠 콘퍼런스 2017’에 초청된 코팽 감독은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기술은 아름답게 전달하는 걸 도와줄 뿐이다. 화려한 기술 효과를 사용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가 별로여서 외면받은 작품들이 생각난다”며 “스토리는 너무 인간적인 영역이라 기술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에르 코팽 감독이 연출한 ‘슈퍼배드’ 캐릭터들. [연합뉴스]

피에르 코팽 감독이 연출한 ‘슈퍼배드’ 캐릭터들. [연합뉴스]

‘미래,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한 다른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첨단 기술이 미래 콘텐트 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했으나, 코팽 감독의 강조점은 달랐다.

그는 “AI가 빅트렌드이긴 하지만 스토리텔링 분야에선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징후는 없다. 사실 AI 기술은 오래전에 등장했는데 최근 화두가 됐을 뿐이다. AI가 콘텐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상하긴 어렵다”고 했다.

기계로 만든 작품에 대해선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코팽 감독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작품이란 걸 알게 되면 어떠한 특별한 감흥도 느낄 수 없더라”며 “모르고 보면 일반 예술작품처럼 영향을 받고 작가의 어린 시절 등을 연상하며 감상하겠지만,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냉담해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콘텐트산업에서)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그림으로 그리던 애니메이션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화한 것”이라며 “이젠 3D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건 안 믿었다. 지금의 변화는 혁명이라기보다 진화로 봐야 한다. 3D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은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팽 감독은 파리에서 수학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성우로 미국에서 제작한 ‘슈퍼배드’ 시리즈와 ‘미니언즈’ 시리즈의 감독을 맡았으며, 미니언즈 캐릭터의 목소리를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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