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도착지 표시 안되는 택시 앱 개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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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 호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검토 중이다.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도록 해 승차 거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사용을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승차거부 없는 호출 서비스 위해 #택시기사 외면하면 실효성은 없어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안건으로 한 '택시정책심의'가 19일에 열린다. 이 자리에서 택시 공공 앱 개발도 함께 논의된다. 이 앱의 핵심은 목적지 미표출과 강제 배차 두 가지다. 승객은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아도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택시 기사는 콜을 받으면 승차 거부 없이 무조건 승객을 태워야 한다.

이는 기존 카카오택시가 목적지를 노출하도록 돼 있어 승차 거부가 늘어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 신고 건수는 2015년 57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했다.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 목적지를 표시해야 해 승차 거부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 목적지를 표시해야 해 승차 거부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 국정감사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앱에 (승객의) 목적지가 표기되지 않도록 카카오택시 측에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며 “단거리 콜을 수락하는 기사에겐 인센티브를 부과하고 승객에게 콜비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요청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앱 개발은 박 시장 요청을 카카오택시 측에 수용하지 않자 직접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택시 측은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목적지를 표출하는 이유가 꼭 기사 입장에서 손님을 골라받기 편하게 하기 위함은 아니다”면서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 손님 입장에서도 ‘어디 어디로 가달라’는 식의 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를 대신할 공공 앱을 서울시가 개발한다 해도 택시기사와 승객들이 얼마나 많이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택시 누적 이용객은 1500만명 이상이다. 택시 기사 가입자만 23만4000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카카오택시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택시 운전사 박모(39)씨는 “카카오택시로 손님을 골라받은 경험이 없진 않다”면서도 “교대 시간과 동선 등을 감안하면 ‘무조건 손님을 태우라’는 서비스에 기사 입장에선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택시기사들이 실제 공공앱을 사용해야만 실효성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이끌어낼지는 고민거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가 지난 2015년 ‘제3자 택시 예약 서비스 공급자 법률’을 제정, 택시 예약 앱에서 목적지를 표시하게 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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