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원이 국감장에 ‘몰카’ 설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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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 [연합뉴스]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 [연합뉴스]

국감장에 ‘몰카’(불법촬영)가 등장했다. 몰카의 피해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와 의원들이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이 열리기 전 국감장 곳곳에 탁상시계와 물병 모형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탁상시계형 몰카는 유재중 국회 행안위원장(자유한국당)의 자리에 놓였다. 붉은색 디지털 숫자의 직육면체 모양 시계에 달린 소형 몰래카메라는 유 위원장의 맞은편에 있는 이철성 청장과 경찰 지휘부를 찍었다. 진 의원의 책상 위에는 위장형 카메라가 달린 파란색 물병이 놓였다. 이 카메라는 여야 의원들을 촬영했다.

국감이 시작되고 질의에 나선 진 의원은 이 청장에 “몰카 피해 경험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진 의원의 질문에 좌중에는 가벼운 웃음이 번졌고 이 청장은 “아니오”라고 짧게 대답했다.

위장형 카메라가 달린 물병을 공개하는 진선미 의원. [사진 진선미 의원 페이스북]

위장형 카메라가 달린 물병을 공개하는 진선미 의원. [사진 진선미 의원 페이스북]

진 의원은 “(불법촬영 범죄의) 가장 큰 위험은 내가 범죄의 대상이 됐는지 아닌지를 모른다는 것”이라며 이날 국감장에서 촬영한 몰카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에는 국감이 진행 중인 경찰청사 회의실에 앉아 있는 이 청장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쳤다. 또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생수병 몰카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 청장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도 술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진 의원은 “우리는 위장형 몰카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경찰도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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