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4번 이상 바꾸는 신기술 시대 대비해야”…김황식 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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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4번 이상 바꾸고, 직장은 15번 넘게 옮겨야 할 것이다.”
김황식(69) 전 국무총리는 13일 서울 내수동 직무실에서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ㆍ아데코)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총리는 “독일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과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16∼18일 ‘미래를 위한 기술’ 학술대회 #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주최, 전기차ㆍ에너지 신기술과 교육 논의 #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 전기차 발전 더디게 할 수도” 지적 #

김황식 전 국무총리(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이사장)가 '마래를 위한 기술' 학술대회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황식 전 국무총리(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이사장)가 '마래를 위한 기술' 학술대회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동문네트워크인 아데코는 16∼18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미래를 위한 기술’을 주제로 독일연방교육연구부ㆍ과학기술평가원ㆍ현대자동차ㆍ지멘스 등 정부기관과 기업인 500여 명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기차, 의료공학 분야의 기술 발전 전망은 물론 이런 변화에 맞게 어떤 인재들을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토의가 이뤄진다.

김 전 총리는 “독일은 분단의 역사뿐 아니라 부족한 자원을 기술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많은 유사점이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이루자는 이 시점에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이 일제히 ‘전기차 시대’를 선언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전기차 부문에 각각 27조원, 13조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지난해 독일연방 상원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친환경차는 세계적 추세라 거스를 수 없다”며 “전기차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과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가 더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고 업체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그룹은 전기차 개발에 2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시장에 선보인 전기차 'I.D.크로스'의 모습.[중앙포토]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폴크스바겐 그룹은 전기차 개발에 2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시장에 선보인 전기차 'I.D.크로스'의 모습.[중앙포토]

김 전 총리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전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정책과 예산 분배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자력발전 정책이 장기적인 틀에서는 맞겠지만 전기 수급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의 경우 탈원전 정책의 추진과 보류, 그리고 재추진 등 정책 변동이 있었지만 우리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앞서 있어 부작용이 덜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과 생산성을 잘 따져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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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 김 전 총리는 “단기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예산을 적절히 분배해야한다”고 말했다. “고기를 잡아서 주기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현재 대학입시 중심의 공교육 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제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해야 할 시기인데 대입을 위한 사교육에만 얽매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대학교육이 무료임에도 진학율이 40%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데코는 2006년 독일연방교육연구부의 프로젝트로 시작됐으며 이번까지 9차례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부터는 독일과 한국에서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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