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를 정치인 현장시찰·축하비행에…“명백한 현행법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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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등 비상상황에만 쓸 수 있는 소방헬기가 시의원이나 외국인의 현장 시찰과 행사 축하 비행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14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소방헬기가 이 같은 용도에 쓰인 경우는 11건으로 나타났다.

2017 정유년(丁酉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해돋이와 소방헬기의 축하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7 정유년(丁酉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해돋이와 소방헬기의 축하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행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방헬기는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의 이송 ▶화재 진압 ▶공중 소방 지휘통제 및 소방에 필요한 인력·장비 등의 운반 ▶방역 또는 방재 업무의 지원 등에 한해서만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1월 해맞이 행사에 축하비행을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했다. 또 지난해 1월 시의원 5명이 소방헬기를 타고 관내 관광단지 등을 시찰했고, 지난 4월엔 부산시 공무원들과 외국인 투자관계자들이 소방헬기를 이용해 현장을 둘러봤다.

경남에서도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큰잔치의 축하비행을 위해 소방헬기를 출동시켰고, 전북과 경북 등에서도 공무원들이 행사 유치나 참석을 위해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에 따르면, 소방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전국 15개 광역지자체 중 8곳이 소방헬기를 법정 업무 외로 쓸 수 있도록 지자체 규칙을 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칙은 현행 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소방헬기는 아무 일이 없어도 긴급상황 발생을 고려해 24시간 긴장하면서 비상대기해야 한다”며 “소방헬기가 현장시찰용과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축하비행 등에 쓰인 것은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방헬기가 인명을 구하는 고유 목적대로 쓰일 수 있도록 각 지자체는 문제의 규칙을 조속히 올바르게 개정해야 한다”며 “각 시도소방본부는 소방헬기 출동내역을 상시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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