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스라엘 잇따라 유네스코 탈퇴 선언…보코바 사무총장 "매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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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탈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매우 유감스럽다"며 "유엔 가족들과 다자외교의 상실"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중앙포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싸움에서 교육과 문화교류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미국이 이 문제를 주도하는 우리 기구를 탈퇴하는 것은 깊이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유네스코 탈퇴 공식 통보 사실을 알렸다. 국무부는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며,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며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지난 1984년 이후 두번째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한 운영 등을 주장하며 유네스코를 탈퇴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2년 10월 재가입했다.

미국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엔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네스코 분담금 체납액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연간 8000만 달러(약 907억원) 이상 삭감했다.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유엔 기관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관련법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이 삭감시킨 분담금은 결국 미국의 체납액이 됐고, 이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올해 출범 이후 줄곧 유네스코 탈퇴 의사를 시사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로 인해 지금까지 미국이 유네스코에 진 빚이 5억 달러(약 5665억원)를 넘는다.

또,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유대교 공동 성지 관리 문제를 놓고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탈퇴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 구시가지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해 이스라엘의 강력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휴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용기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며 자국 역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유네스코는 역사를 보전하기는 커녕 왜곡하고 있다. 그곳은 어리석은 자들의 극장이 됐다"며 비판하고 나섰고, 네타냐후 총리는 외무부에 유네스코 탈퇴 준비 개시를 지시했다.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미국의 이번 탈퇴 결정은 내년 12월 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분담금 삭감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인 만큼, 미국의 이번 결정이 유네스코의 향후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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