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 경선 패배 후 읽었던 ‘대망’ 다시 꺼내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  ‘대망(大望)’을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1일 교정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10.6m² 크기의 독방에서 지내는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열리지 않을 때 주로 대망을 읽는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의 세 영웅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과 권력 투쟁을 그렸다. 책에선 이들의 성격을 이같이 비유한다. ‘새가 울지 않으면 죽이라’(오다),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도요토미),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라’(도쿠가와)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도쿠가와에 투영하는 것 같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2인자’로 살았던 도쿠가와는 인내심으로 버텨낸 끝에 오다와 도요토미를 꺾고 전국을 제패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앙포토]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준 뒤에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측근들은 “박근혜 전 대표 심정이 도쿠가와와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도쿠가와를 통해 무죄 판결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이 끝난 뒤 적당한 때가 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쳤다고 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한(16일 밤 12시)이 5일여 남은 가운데 구속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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