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보다 트럼프 입을 주목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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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18면

긴축의 앞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각 일정은 분명하다. 연준은 월 처분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늘려 나간다. 미 컬럼비아대 프레드릭 미시킨 교수(경제학)는 “연준 사람들은 정치가보다는 법률가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인처럼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기준까지 만들기보다는 법률가처럼 기준에 맞춰 판단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란 얘기다. 미시킨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연준 이사를 지냈다. 내부를 아는 인물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재닛 옐런 의장 등은 일정에 따라 비대해진 연준의 재무제표를 다이어트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러나 중앙은행 역사가들은 좀 다른 얘기를 한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존 우드 교수는 『영미 중앙은행 역사(A History of Central Banking in GB and US)』에서 “가장 정치화한 중앙은행가를 꼽으라면 연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의장과 이사 등이 정치적 요인이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경험 탓이라고 지적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금본위제 폐지, 1970년대 리처드 닉슨의 금태환 중단 등 미국은 여차하면 종이돈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이런 때 연준 사람들은 백악관의 결정에 순응했다.

연준이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지는 않다. 1936년 마리너 에클스 전 의장은 백악관의 반대에도 긴축에 나섰다. 하지만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자 긴축을 접어야 했다. 1986년엔 전설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폴 볼커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에 반발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그는 의장에서 물러났다. 연준 구조도 상당히 정치적이다. 1910년대 초 공화당은 시중은행가들이 주인인 단일 은행을 바랐다. 그런데 우드로 윌슨이 1912년 선거에서 이기면서 연준을 12개 지역은행으로 분리한 구조로 바꿨다. 또 이사회는 시중은행 사람들이 아니라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로 구성하도록 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꾼 셈이다. 게다가 요즘 백악관은 재닛 옐런을 대신할 연준의 차기 의장을 물색 중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백 회수 실패가 옐런의 양적 축소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린백은 1861년 남북전쟁이 터지자 에이브러험 링컨이 발행한 종이돈이다. 그린백 발행은 19세기판 양적 완화(QE)였다. 남북전쟁 이후 물가 상승이 눈에 띄게 일어났다. 그린백 회수가 결정됐다. 마침 회수 직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회수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탄생했다. 바로 그린백당(Greenback Party)이다. 이들과 의회의 반발 때문에 그린백 회수는 한참 동안 중단됐다. 옐런 현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 의장인 재닛 옐런, 스탠퍼드 경제학과 교수인 존 테일러, 전 BB&T 은행 최고 경영자인 존 앨리슨 등을 놓고 이 생각 저 생각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전했다. 영국 버밍엄대 피터 싱클레어 교수(경제학)는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연준마저도 잘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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