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뿔났다…16일 오전 4시(한국시간) 긴급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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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부글부글 끓고있다.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한 게 지난 11일인데, 1주일도 안돼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차 감행했으니 면전에서 무시당한 느낌이 확연하다. 무슨 말을 해도 귓전으로 흘려듣는 비행청소년이 따로 없다는 분위기다.

새로운 제재결의안 채택한지 사흘만에 미사일 도발 #결의안 2375호 만장일치 채택에 대한 반발보다는 #기술개발 과정상 정해진 수순이라는 해석에 비중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이 일본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3국 공동으로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례적인 속도전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AP=연합뉴스]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는 내용의 신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 사흘만인 만큼 15일 다시 소집되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이은 추가 제재의 논의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핵실험이 아니라서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은 힘들어보이고,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는 언론성명이나 의장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6시간이 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달리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과민 반응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15일 긴급회의에서도 북한을 몰아세우기보다 미국과 일본의 추가 제재 요구를 차단하는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외교가에선 북한이 정해진 개발 일정에 따라 미사일과 핵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분석했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현재 북한은 핵을 ICBM에 탑재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고지가 바로 코앞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케줄 대로 쏘아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품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제재가 강화되기 전에 개발속도를 끌어올리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는 “북한은 완벽한 기술을 입증하기 전에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올라서기 전에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질주를 멈추려는 안보리와, 이에 맞서 최대한 핵 개발을 앞당기려는 북한의 속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2375호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자 유엔총회 개막에 재를 뿌리려는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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