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깜깜이 장사’ 더 이상 안 돼...정보공개 범위 대폭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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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 알려야 할 정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7월에 발표했던 가맹분야 불공정 거래 근절대책의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법제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리베이트 항목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심야시간 영업단축 요구 조건도 가맹점에 유리하게 개정

 개정안은 먼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갑·을 관계 형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필수품목 관련 정보 공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본부나 본부가 지정하는 업체와 거래할 것을 요구해 공급받도록 하는 품목이다.

 현행 시행령은 필수품목이 무엇인지만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필수품목 구입을 강제하면서 매입단가 등에 가맹금(이윤)을 부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맹희망자가 가맹금 부가 여부, 지급규모 등을 알지 못해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필수품목을 통한 가맹금 수취 여부, ^필수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가맹점사업자별 평균 가맹금 지급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품목 구매비율 등을 정보공개서상 필수품목 관련 의무기재사항으로 명시했다.

필수품목 관련 정보공개 범위 확대

필수품목 관련 정보공개 범위 확대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 관련 정보공개도 의무화했다.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이 필수품목 등의 구매·물류나 인테리어 시공·감리 등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하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은 가맹점의 경영상 비용부담과 밀접히 관련되지만 지금까지는 관련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특수관계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필수품목 등의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할 우려가 있는 만큼, 특수관계인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투명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이 가맹사업 과정에 참여해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의 명칭, ^가맹본부와 특수관계인의 관계, ^관련상품·용역, ^특수관계인의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및 가맹사업 관련 매출액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판매장려금으로 불리는 리베이트 관련 정보도 더욱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현재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등을 특정업체로부터 납품받아 가맹점사업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과정에서 판매장려금 명목의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공급가격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항목이지만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특정업체와 거래하도록 하면서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에만 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가맹본부가 직접 매입해 가맹점사업자에게 공급하면서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에는 정보공개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가맹본부나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이 직전 사업연도에 납품업체,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에는 대가의 명칭에 관계없이 업체별, 품목별로 직전연도에 지급받은 대가의 합계액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다른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정보 공개도 의무화된다. 가맹점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용역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용역을 가맹본부가 직접 또는 특수관계인을 통해 온라인이나 대리점 등 다른 유통채널을 이용해 공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해당 정보는 가맹 희망 단계에서 제공되지 않아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개정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판매 상품·용역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용역을 다른 다양한 유통채널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지 또는 공급할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정보공개서를 통해 제공하도록 했다.

 인테리어 등 점포환경개선 비용 지급절차도 개선된다. 가맹본부는 점포환경개선비용의 20~40%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을 지급하는 건 가맹점의 지급청구일로부터 90일 이내로 돼 있다. 개정안은 가맹점를 지급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가맹본부가 알아서 점포환경개선이 끝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돈을 지급하도록 했다.

 심야시간대의 기준도 변경했다. 현행 시행령은 가맹점사업자가 오전 1시부터 6시까지의 심야시간대에 6개월 간 영업손실이 발생한 경우, 가맹본부에 해당 시간의 영업단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종료 후 정리나 영업개시 전 준비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실제 단축시간은 5시간보다 짧고, 영업손실 발생이 명백히 예견되는 경우에도 6개월을 기다려야 해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심야 영업시간대’를 오전 0시부터 오전 7시 또는 오전 1시부터 오전 8시까지7시간으로 늘리고,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일정한 기간’은 3개월로 단축했다.

 권혜정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정보공개 범위가 확대되면 지급비용, 영업상황 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돼 가맹희망자의 권익이 한층 더 두텁게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심야시간대 영업시간 단축 허용 기준이 완화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사업자의 인건비 부담도 덜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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