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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45분 통화 뒤 ‘원유 전면 금지’‘김정은’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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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일(현지시간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초스피드로 채택됐다. 결의 2375호 채택은 북한의 6차 핵실험 9일 만이었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는 82일 만에 나왔다. 속도전을 방불케 했던 안보리의 외교전은 초강대국 정상들의 핫라인 가동, 외교관들의 으름장과 엄포가 실린 주고받기 협상 등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9일 만에 제재안 속전속결 막전막후 #미국이 제안한 유류 전면 수출 금지 #석유정제품 수출 제한으로 완화 #“트럼프 11월 중국 방문” 보도 나와 #“유엔 결의 안 따르면 중국을 제재” #미 재무장관은 대북제재 이행 압박

12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 간 이뤄진 지난 6일 전화통화에 주목했다. 북한 핵실험을 실시한 지 3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관례상 정상 간 통화 내용은 상세히 공개되지 않지만, 당시 45분 동안의 대화에서 핵심 이슈는 단연 북한 핵실험이었다는 것에 이론이 없다.

외신들은 “두 정상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당시 논의에서 거의 합의점을 찾았을 것”이라며 “이번 대북제재가 신속히 채택된 배경”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보리 결의 과정에선 미·중 간 핫라인의 효과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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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11일 새 대북제재안이 채택된 직후 “이번 안보리 결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이렇게 빨리)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시진핑 핫라인은 미국의 강경 제재안을 둘러싼 중·러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타협안을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초안은 고강도 제재로 채워져 있었다. 대북 원유수출 전면 금지, 북한 섬유제품 금수, 김정은과 김여정 제재, 북한 노동자 고용 및 임금지급 금지, 북한 선박 강제 검색 등이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우리 대북제재안의 초안을 만들어 회람하도록 하겠다. 그걸로 협상을 한 뒤 11일 여기(안보리)에 모여 투표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트럼프-시진핑 전화통화 후 중국 측 태도는 바뀌기 시작했다. 통화 다음날인 7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condemn). 평양도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유엔 외교가는 중국이 그동안 써 온 ‘반대한다(oppose)’는 표현 대신 ‘규탄한다’는 어휘를 선택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예견했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이번 제재 협상에서 미국과 중·러는 애초부터 섬유수출 금지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원유 및 석유 정제품 수출 제한과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느냐였다.

결국 미국이 요구한 유류 전면 금수는 석유 정제품 수출 제한으로 강도가 낮아졌고, 중국의 요구대로 김정은은 제재 리스트에서 빠졌다. 서로 체면치레를 하는 선에서 대북제재안을 마무리한 셈이다.

12일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말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 문제 등 현안을 놓고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유엔의 새 대북제재 결의를 중국이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중국을 콕 집어 겨냥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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