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친환경 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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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친환경 인증은 해당 먹거리가 친환경 농축산물이라는 일종의 증명이에요. 유기합성 농약, 화학비료나 사료 첨가제 같은 화학 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을 사용해 생산한 농축산물이죠. 크게 유기농인지 무농약(무항생제)인지로 나뉩니다. 유기농산물은 화학 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고, 유기축산물은 이런 유기농산물로 만든 사료를 사용해요. 무농약 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30% 이내만 사용해서 재배해요. 무항생제 축산물은 항생제나 합성 항균제, 호르몬제가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사용하죠.

농약·화학비료 안 쓰거나 덜 쓰면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 마크 #민간기관이 검사해 신뢰에 문제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친환경 인증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는데요, 이유가 있어요. 살충제 성분이 처음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의 농장이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곳이었거든요. 이 농장은 항생제 등을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먹여서 닭을 키웠지만, 성냥갑 같은 우리에 닭을 가둬놓고 키웠어요. 이렇게 닭을 키우면 진드기가 생기고 이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는 거죠. 현재 국내 양계·산란 농장 10곳 중 9곳은 우리에 가둬 키우는 케이지 방식이에요. 항생제만 주지 않았다고 친환경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죠. 실정이 이렇지만, 정부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된 국산 닭고기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23만7880t이 친환경 인증 닭고기랍니다.

친환경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소관 업무에요. 하지만 모든 신청자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직접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민간 인증기관의 손을 빌려왔어요. 그러다 올해부터 아예 인증은 민간에 맡기고 관리·감독만 했어요. 현재 관리원의 감독하에 축산물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민간 인증기관은 39개에요. 이들 기관이 엄격하게 인증 절차를 준수하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수익 구조상 허점이 있어요. 친환경 인증을 많이 할수록 수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에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의 관리도 허술해요. 현장 조사를 하는 날만 무사히 넘기면 되는 식이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데다 ‘먹거리 포비아’까지 확산하면서 친환경 먹거리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친환경 인증에 의존할 수 밖에 없죠. 친환경 인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에요.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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