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일까 공조 상승일까…다가오는 안보리 대북 제제안 표결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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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갈까, 업그레이된 공조 체제로 갈까.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이 요청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안 표결이 뉴욕 현지에서 11일 오후 3시(한국시간 12일 오전 4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과시하게 되지만 부결될 경우에는 북핵 문제에 얽힌 군사ㆍ경제적 이해득실을 놓고 국가 간 크고 복잡한 다툼이 예상된다. 키는 역대 제재안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을 제시한 미국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ㆍ러시아가 쥐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 장면. [사진 유엔 홈페이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 장면. [사진 유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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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많이 나오는 예상은 비록 11일 표결 강행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시간을 양보하더라도 중국ㆍ러시아와 물밑작업을 더 진행해 완화된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주말 동안 3국 간 논의가 진행된 것을 전해졌다. 또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초안에는 대북 원유공급 차단, 섬유ㆍ의류 수출금지, 북한 노동자 해외파견 금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블랙리스트’ 포함 등이 담겨 있다. AFPㆍ로이터통신 등은 10일 “중국과 러시아가 섬유ㆍ의류 제품 수출금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급 제재”라고 공언한 미국이 북한의 경제적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원유거래 중단을 반드시 제재안에 넣겠다고 한 만큼 이 부분이 어떻게 결론 날지 미지수다. 국내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원유와 관련된 요소가 어떻게든 안보리 제재 결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NHK는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 간에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11일 표결이 불확실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왼쪽), 류제이 중국 대사(가운데)와 북핵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왼쪽), 류제이 중국 대사(가운데)와 북핵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3국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에 들어가 부결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유엔 안보리는 1965년 비상임이사국이 10개국으로 확대된 이후 총 15개 이사국 중에서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결의가 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상임이사국이어서 한 국가만 거부권을 행사해도 제재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1718호) 이후 지난 8월 결의안 2371호까지 8번 모두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들 결의안 표결은 제시된 초안을 놓고 협의를 거쳐 소위 최종안인 ‘블루 텍스트(Blue Text)’를 만들어낸 이후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제재안에 대한 ‘블루 텍스트’가 나왔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NHK는 보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도록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제재안이 부결되면 미국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ㆍ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 제재)을 가동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예상했다. 특히 강력한 제재안의 내용이 사실상 북한의 ‘돈줄’ 역할을 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되면 미국이 지난달 일방적으로 제재를 발동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재권 침해 조사를 시작한 것과 더불어 두 국가의 경제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

지난 9일 북한 평양시내 김일성 광장에 10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 유엔의 대북제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지난 9일 북한 평양시내 김일성 광장에 10만여 명의 군중이 모여 유엔의 대북제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기권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가 초지일관 새 제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6일 미국의 초안이 배포된 후 제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던 러시아 외교부는 8일에도 “(대북 압박 정책)의 최종 결과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재앙이나 북한에서의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유일하게 시리아 정부의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규탄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기권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기권하면서 미국의 원안대로 제재안이 안보리 표결에서 채택될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는 방법이다. 이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 층 업그레이된 공조를 논의할 수 있다.

“최대급 제재” 미국에 중국ㆍ러시아 동의 수준 관건 # 물밑작업으로 만장일치 가능한 제재안 만들 가능성 # 중국이나 러시아 거부권 행사 땐, 군사ㆍ경제적 파국 #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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