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앳된 얼굴의 살인마 쇼크 … 일본 형사처벌 연령 16세 → 14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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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성년 흉악범들에 대한 처벌 강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끔찍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 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소년원 송치도 12세로 낮춰 #한국 정치권도 “관련법 개정 검토”

1997년 5월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戸)시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의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됐다. 일명 ‘사카키바라(酒鬼薔薇)’ 사건이었다. 시신의 입 안에서는 범인이 쓴 쪽지도 함께 발견됐다. “자, 게임이 시작됐다. 나는 살인이 너무 즐거워. 경찰들, 나를 한번 잡아 봐”라는 내용이었다. 사건 자체도 끔찍했지만 범인을 잡고 보니 더욱 경악스러웠다. 범인은 겨우 만 14세에 불과한 앳된 얼굴의 남자 중학생이었다.

범행 뒤 시신을 가방에 넣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시신을 “나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등 소년에게서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사카키바라’는 소년이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며 신문사 등에 보냈던 편지에서 썼던 이름이다. 당시 소년은 14세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이 만 16세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의료소년원에서 정신과 치료만 받은 뒤 2005년 완전히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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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나가사키현에서 발생한 남아 유괴 살인 사건과 2004년 초등학교 동급생 살인 사건도 역시 일본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선 소년범죄의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2000년 일본 국회는 소년원에 보낼 수 있는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만 16세에서 14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에는 소년원 송치 대상 연령을 만 14세에서 ‘대체로 만 12세’로 낮추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본 법무성은 ‘대체로 만 12세’의 폭을 12개월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행 소년법으로는 만 11세도 중대한 범죄의 경우 소년원으로 보내질 수 있다.

실제 소년범에게 사형이 내려진 경우도 있다. 2010년 미야기현에서 3명을 살해한 소년(범행 당시 만 18세)에게 일본의 최고법원(대법원)은 2016년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갱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게 판결의 주요한 이유였다.

한편 최근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등 청소년의 강력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우리 국회에서도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8세 미만 소년은 형량을 완화해 주는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법 감정에 맞도록 관련법 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20년 유기징역)를 적용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채윤경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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