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불통’ 떠난 자리에 ‘한소통’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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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도정이 홍준표 전 경남지사 시절 ‘불통’의 이미지를 벗고 도민과 ‘소통’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경호(54·사진)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취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취임직후 집회 막는 도청 화분 치워 #도민과 대화 재개 등 참여도정 시행 #“내년 단체장 출마위한 행보” 지적도

한 권한대행은 취임 직후 도청 정문에 있던 대형 화분 80여개를 치웠다. 홍 지사 시절 불법집회 등을 막는다는 이유로 설치한 화분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 화분을 홍 지사의 ‘불통 상징물’로 지칭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도민과의 대화’를 했다. 대화는 복지·여성·환경·노동·경제·문화관광·농어업 관련 도민 29명과 도청 실·국·본부장이 현안을 놓고 자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서 주요 도정을 설명했다. 도정 현안을 놓고 도 고위공무원과 도민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한 건 4년 6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도정에서 소외됐던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환경운동연합 같은 진보·사회단체 관계자가 참석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일 오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예전에 볼 수 없던 ‘도민참관단’ 5명(20~50대)이 배석했다. 이 회의에는 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도 참석했다. 참관단은 1시간 40여분간 진행된 회의 뒤 노령화 시대에 대비한 도의 정책개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경남대표 도서관 건립 같은 다양한 의견을 냈다. ‘한경호식 참여 도정’이나 ‘권한대행의 파격 행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비판적 시선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민주당과 코드를 맞춘 행보라는 시각이다. 권한대행을 마치고 자치단체장 출마를 고려한 행보가 아니겠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취임 때 자치단체장 출마를 부인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취임 후 행정의 가장 근본적 존재 이유는 도민과의 소통과 협치(協治)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 이 같은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다.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한 권한대행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도정을 바로 세우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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