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인공지진 어떻게 감지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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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6차 핵실험 인공지진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6차 핵실험 인공지진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발생한 규모 5.7의 지진에 대해 기상청은 2시간 30분 뒤 인공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의미다.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은 자연지진과 달라 #초기 P파가 강하게 발생…초속 7~8㎞ 전달 #얕은 곳에서 발생, 공중음파도 발생 #기상청 등 5개 기관이 핵실험 감시

그런데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도 규모 5.8의 지진, 즉 자연지진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기상청은 어떤 근거로 인공지진이라고 단정을 지었을까.

기상청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은 지진파의 특성이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크게 두 가지 지진파가 발생한다.
바로 P(Primary)파와 S(Secondary)파다.

P파는 지진파의 진행 방향으로 앞뒤 수평으로 진동을 하며, 전달 속도는 초당 7∼8㎞ 정도다.
반면 S파는 상하로 진동하며 전달되는데, 전달 속도는 초당 4~5㎞로 P파에 비해 느리다.

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6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의 파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6차 핵실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의 파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인공지진은 초기 P파만 두드러질 뿐 S파를 포함한 이후 파형이 단순하다.
즉 파형을 보면 인공지진은 초기에 P파가 매우 강하게 발생하고 그 뒤에는 파동이 크지 않다.
자연지진은 대부분 S파의 진폭이 더 크거나 S파와 P파가 비슷하다.
자연지진은 에너지 방출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일정 시간 동안 지속해서 파동이 관측된다.
이날 기상청 이미선 지진화산센터장은 "속초 관측소 등지에서 P파가 먼저 도달해 7초 동안 계속 관찰됐다"고 말했다.

또 자연지진은 지진이 일어나도 음파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인공지진은 폭발에 따른 압력 변화 등으로 인한 공중음파가 발생한다.
인공지진은 지하에서 발생하는 자연지진과 달리 지표면 가까이에서 폭발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기를 진동시켜 공중음파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미선 센터장은 "강원도 양구에 설치한 기상청 공중음파 측정소에서 공중음파가 뚜렷하게 관측됐다"고 덧붙였다.

지진이 발생한 위치, 즉 진원의 깊이도 크게 다르다.
자연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보통 10∼15㎞ 정도지만 인공지진은 거의 지표면 근처에서 발생한다.

지진파가 퍼져나가는 방향도 차이가 있다.
자연지진은 단층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단층이 미끄러지는 방향과 관련해 지진파가 퍼져 나간다.
반면 인공지진의 경우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퍼져 나가는 특성을 보인다.

이미선 센터장은 "3일 발생한 북한 지진은 지진파의 특성이나 발생지점, 확산 방향 등 모든 자료가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지진 관측망 [자료 기상청]

전국의 지진 관측망 [자료 기상청]

한편,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된 인공지진을 탐지하고, 분석·판정하기 위해 기상청을 포함해 5개 기관이 함께 겹겹으로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
바로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는 물론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등이다.

기상청은 인공지진의 탐지·분석과 발표, 북한 지역의 기상 상황, 기류 정보를 제공한다.
먼저 인공지진 탐지과 분석은 전국 200여 곳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통해 이뤄진다.
기상청 156개소, 지질자원연구원 35개소 등이다.
초속 7∼8㎞인 지진파는 인공지진 발생 약 50초 이내에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와 경기도의 관측소에서 먼저 관측된다.
속초, 서화(인제), 화천, 철원 등이다.

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3일 오후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이미선 지진화산감시센터장이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파 탐지·분석과 함께 공중음파 관측을 담당한다.

공중음파 관측망은 기상청이 2곳, 지질자원연구원이 8곳을 운영하고 있다.

음파는 초속 340m로 이동하므로 관측에도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약 17∼37분 후 공중음파가 관측된다. 이를 통해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원자력 관련 기관은 핵종(방사성 물질) 탐지·분석과 핵실험 폭발 규모의 분석·평가를 맡는다.
방사성 핵종 탐지장비를 운영해 지진 발생 지역 부근과 이동 경로의 대기를 포집, 실제로 핵실험을 했는지를 검증한다.
기상청은 방사성 물질의 확산 경로 예측을 위해 기상·기류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인공지진의 발생 위치와 규모는 기상청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지질자원연구원 등이 협의해 결정하며, 최종 분석 결과는 기상청이 발표한다.
'국가안보 매뉴얼'에 따라 우선 정부 보고를 하고 이후 국민에게 알린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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