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 순천 출신 기자에 '홍어네'" vs "악랄한 마타도어"

중앙일보

입력

MBC 간부들이 노조에 가입한 기자들을 사석에서 험담하고, 실제 인사상 불이익 방침을 밝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발간한 비대위 특보 2호에서 기자들의 제보를 모아 오정환 보도본부장과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의 발언을 공개했다.

MBC 기자협회 비대위 특보 2호. [MBC 기자협회 비대위 블로그 캡처]

MBC 기자협회 비대위 특보 2호. [MBC 기자협회 비대위 블로그 캡처]

비대위에 따르면, 오 본부장은 지난해 경력기자 3명을 위한 식사 자리에서 노조에 가입한 경력기자 두 명을 언급하며 “소고기 사줬는데 다음날 바로 가입하고 말이야. 걔네들 다시는 사회부 발도 못 들이게 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오 본부장은 또 지난 4월 입사한 경력기자들과 밥 먹는 자리에서는 “겉으로는 얌전한데 SNS에 회사를 욕보이는 글을 올려 내가 날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또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폄훼 논란의 당사자였던 박 부국장은 2014년 6월 전국부장 재직 시절 회식 자리에서 한 카메라 기자에게 고향을 물었다가 ‘순천’이라는 답을 듣고 “홍어였네”라고 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또 다른 기자도 “박 부국장이 독대한 자리에서 나와 부모님의 고향을 물어 ‘서울’이라고 답했더니 ‘너는 홍어 아니구나’라고 말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비대위에 밝혔다.

박 부국장은 문화부장 시절 “영화판이 빨갛게 물들었다. 한국 영화는 다 없어져야 한다”, “한국 현대문학도 모두 쓰레기다”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함께 일했던 한 기자가 밝혔다.

또 수차례에 걸쳐 “조선은 아주 미개한 나라였다. ‘일제강점기’는 좌파가 만들어 낸 표현이기 때문에 쓰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식민시대’라는 표현으로 기사를 송고하면 이마저도 ‘암울한 시대’라고 바꿨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당 발언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오 본부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했고, 박 부국장 역시 “그런 사실이 없고 홍어 얘기는 악랄한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고 비대위는 전했다.

비대위는 “(보도부문 간부들의) 부당노동행위, 권한남용, 협박성 발언을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해당 발언에 대한 제보자를 추적하는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비대위 특보를 통해 계속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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