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왔네' 척 봐도 아는 재미동포 화장, 왜 다른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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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동포 여성들의 화장은 아이라인의 눈꼬리를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Cloutier Remix]

재미 동포 여성들의 화장은 아이라인의 눈꼬리를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Cloutier Remix]

"한국에 와서는 한국식 화장을 해요."

한국식 화장과 확연히 다른 동포화장의 이유 찾아보니

재미동포 출신의 할리우드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테일러 장 바바이안(43). 그는 오노 요코, 폴라 압둘, 카니예 웨스트, 김윤진 등의 국내외 톱스타 화장을 해 온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7월부터 두 달간 서울에 머물며 화장법을 대폭 바꿨다.
"미국에서 하던 화장 그대로 서울 거리에 나가면 아무말 안 해도 다들 내가 미국에서 왔다는 걸 알아채더라고요. "

바바이안의 미국식 화장. 가는고 긴 갈매기 눈썹, 스모키 화장이 특징이다. [사진 바바이안]

바바이안의 미국식 화장. 가는고 긴 갈매기 눈썹, 스모키 화장이 특징이다. [사진 바바이안]

미국 UCLA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연구 주제인 한국 뷰티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자연스럽게 한국식으로 화장법을 바꿨다.
바바이안뿐 아니라 재미동포 여성들의 화장은 한국에서 보는 보편적인 화장과 확연히 구분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에 살며 현지에서 선호하는 화장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여성들은 전체적인 얼굴 피부톤을 차분하게 한다. 한국처럼 '광'을 내기보다 매트하게 표현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힘을 준 눈매다. 갈매기 눈썹에다 아이라인은 가늘게 그리면서도 눈꼬리를 올린다. 아이섀도우 역시 잿빛이나 보라·감색 등 진한 컬러를 많이 쓴다.

바바이안의 한국식 화장. 박종근 기자

바바이안의 한국식 화장. 박종근 기자

반면 한국 여성들은 하얀 피부에 일명 '물광'이라 할 정도로 촉촉한 피부 표현을 중시한다. 또 눈썹은 도톰하면서도 살짝 둥글린 일자 형태, 아이라인 역시 굵지만 끝을 빼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눈화장 컬러는 핑크나 오렌지 등 은은한 컬러가 인기다.
왜 국가에 따라 선호하는 화장법이 달라지는 걸까. 바바이안은 단순한 미적 감각뿐만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 여성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에서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자기 캐릭터가 확실한 스타일을 섹시하다고 표현하며 좋아하지만 한국에서는 귀엽고 선해 보이는 인상을 아름답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바바이안은 재미동포든 아니든 쌍꺼풀 없는 동양인에게 유용한 팁을 하나 소개했다. 바로 속눈썹이다. 특히 나이 들수록 꼭 하라고 권했다. 나이가 들면 속눈썹이 빠지고 안구를 잡아 주는 힘이 떨어져 눈이 작아 보이고 더 피곤해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라인 역시 더 세심하게 그려야 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 눈은 비대칭"이라며 "눈을 감지 말고 뜬 상태에서 굵기나 형태 등 대칭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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