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방사포냐? 단거리 미사일이냐? 엇갈린 한ㆍ미 평가… 평가절하하는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정밀유도 미사일. 스커드미사일 개량형으로 대함탄도미사일(ASBM)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6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가 이 미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정밀유도 미사일. 스커드미사일 개량형으로 대함탄도미사일(ASBM)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6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가 이 미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26일 쏜 단거리 발사체의 종류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양국이 북한정보 공유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6일 오전 6시 49분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첫째와 셋째 발사체는 250여㎞를 날아갔고, 둘째 발사체는 발사 직후 폭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사체의 고도는 50여㎞에 이르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간 엇박자 논란이 불거진 것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발사 당일 오전 11시 22분 서면 브리핑을 내면서였다. 그는 “발사체는 개량 300㎜ 방사포(대구경 다연장로켓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확한 특성과 제원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 중”이란 단서는 달았다.

300㎜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200㎞다. 탄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영상추적 장치도 달렸다(중앙일보 6월 21일자 3면 참조).

그러나 앞선 오전 8시 35분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초기 분석 결과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미사일”이라고 했다.

북한이 쏜 단거리 발사체를 놓고 미국은 미사일, 한국은 로켓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로켓과 미사일은 서로 다른 무기다. 화력에서 미사일이 앞선다. 이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켓 발사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ㆍ미간 이견이 부각되자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관계자는 27일 “이번 발사체는 사거리가 짧았고 최고 고도가 낮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종 분석 결과는 안 나왔지만 현재로선 스커드 미사일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발표 하루 만에 정부 안에서도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군 당국도 북한이 대함탄도미사일(ASBM)인 정밀유도 미사일(KN-18·최대 사거리 450㎞ 이상)을 정상각(30∼45도)보다 낮은 저각(depressed)으로 발사했을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저각 발사는 사거리가 짧아지지만 비행시간이 단축돼 요격 가능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발사체 분석은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다양한 정찰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 태평양사령부도 지난 26일 발표문을 수정했다. 당초 “첫째와 셋째 미사일은 비행에 실패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북동쪽으로 250㎞를 비행했다”고 고쳤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서둘러 발사체를 로켓이라고 밝힌 이유는 뭘까.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포착하면 보통 한ㆍ미 공동 평가가 끝난 뒤 결과를 발표했다"며 "미측과 다른 의견을 서둘러 발표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소식통은 "미사일 도발은 유엔 제재 대상이지만 로켓은 아니다"며 "청와대가 섣부르게 발사체 종류를 로켓이라고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평가절하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지만 정부 차원의 규탄 성명이나 논평은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전략적인 도발과는 관계가 없다”며 “북한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수위를 최소 수준에서 조절했다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 전 차장은 “우리 정부가 대화 기조를 깨뜨리지 않고 싶은 의도에서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을 경솔하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철재ㆍ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