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대화 제의에 "입다물고 있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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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타격을 위협했던 북한이 한국 공격용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제 푼수도 모르는 가소로운 대화의 조건 타령’이라는 개인 필명(이혁철)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그 무슨 운전석이나 뭐니 하며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느 헛소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몸값에 맞는 의자에 앉아 입 다물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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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은 ‘북한의 추가적인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을 대화의 조건으로 거론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내용 등을 거론하고, “새옷을 걸쳤다고는 하지만 구린내나는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악취를 그대로 풍기고 있다”며 “우리(북한)에게 대화제의를 한번 하자고 해도 멀리 미국에까지 찾아가 백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남조선괴뢰들의 운명이다. 현 집권자의 처지도 이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은 저들에게는 대화를 거론할 아무러한 명분도, 초보적인 자격도 없다는 것도 모르고 주제넘게 핵문제를 내들고 대화의 조건이니 뭐니 하며 푼수 없이 놀아대고 있는 것”이라며 “누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대화의 조건을 계속 입에 올리며 맥을 뽑는 것이야말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정부의 군사당국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제의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채 비난에 나선 것이다. 개인 필명의 논평이긴 하지만 관영 언론에 등장하는 내용은 북한 당국의 입장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노동신문은 ‘기만적인 평화 타령이 초래할 것은 전쟁의 참혹한 재난과 자멸뿐이다’라는 제목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겉발린 평화 타령으로 내외 여론을 기만하려들 것이 아니라 미국의 멍에를 벗어던지는 것으로써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문재인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앞에서는 ‘전쟁 불가’를 제창하고 돌아앉아서는 ‘전쟁 불사’ 광기를 부리고 있는 트럼프의 히스테리적 망동에 적극 추종해 나서고 있는 것이 바로 남조선의 현 집권자”라고 주장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평양을 먼저 찾겠다’고 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먼저 한 것과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자 불만을 가진 것 같다”며 “현재 미국에 올인하며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는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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