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 수출·내수 내리막인데 … 인건비는 세계 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기아차 노조가 22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올해로 6년 연속 파업이다. 수출 급감, 내수 부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노조만 ‘역주행’이다.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진단 #연평균 임금도 도요타보다 많아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발목 잡고 #강성 노조, 글로벌 경쟁력 갉아먹어 #‘FTA 악재’에도 현대차 파업 강행 #“이대로 갈 경우엔 노사 모두 공멸”

강성 노조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총체적 난국의 근본 원인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키운 장본인이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의 지난해 연평균 임금은 9213만원이다. 일본 도요타(9104만원)나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도 많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투입하는 시간은 국내 평균이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포드(21.3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파업 시 대체근로도 쓸 수 없다. 공장 간 물량 조정, 사업장 내 전환배치까지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12.2%)은 세계 1위”라며 “학계에선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0%를 초과하면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매출 대비 인건비는 7.8%다.

22일 오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서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매년 파업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임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기아차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도대체 기아차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임금(2016년 평균 9600만원)은 줄 만큼 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행태는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한국비교노동법학회가 100인 이상 178개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강성인 기업은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2.52%)은 그렇지 않은 기업(5.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성 노조의 노사협상 기간과 협상 횟수(70.7일, 10.6회)는 연성 노조(38.9일, 6.8회)보다 길었는데, 이것이 기업 생산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강성 노조로 홍역을 겪는 국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5년 81.8%에서 지난해 67.9%로 줄었다. 2005년부터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 대수 5위의 타이틀도 지난해 인도에 내주며 6위로 내려갔다. 2015년 세계 3대 자동차 수출 대국의 위상도 지난해 5위로 추락했다. 내수·생산·수출 등 3대 지표가 모두 내리막길이다.

2012~2016년 5년간 파업으로 야기한 생산차질은 현대차 7조3000억원(34만2000대), 기아차는 5조5000억원(27만8400대)이다. 한국GM도 지난 5년 중 3년 동안 9400억원(4만7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파업이라는 수단을 수시로 활용하면서 기업 비용을 늘리고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노사 모두 공멸한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 FTA 협상이라는 복병까지 가세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사이의 불공정 무역 사례로 자동차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2011년 83억 달러에서 2016년 115억 달러로 78.4% 늘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없어진 대미 수출 관세(2.5%) 부활, 국내 완성차 기업의 현지 생산 증대 및 투자 확대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국내 차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GM·포드·FCA 미국 완성차 3사로 구성한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AAPC)도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기준 ▶방향지시등 색상 규제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쉽게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지면에서 차체 밑바닥까지의 높이 규제 등의 수출 장벽을 없애줄 것을 미 행정부에 주문했다.

정부는 미국차의 수입 증가율이 339.7%로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가 넘고, 수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 지난해에는 되레 한국차의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내세워 방어 논리를 펼칠 예정이다.

문희철·손해용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