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말기암 환자, 연말까지 의원·요양병원서 키트루다·옵디보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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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이 면역항암제 처방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스케치북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면역항암 카페]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이 면역항암제 처방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스케치북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면역항암 카페]

 말기 암 환자들이 연말까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옵디보를 종전처럼 병·의원에서 계속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지부 "연말까지 의원·요양병원서 처방 가능" #약 처방 어려워진 환자들의 반발 고려한 조치 #당장 약 못 쓰게 된 환자 사연 본지 보도 반영 #환자단체 "정부, 유예기간 처방 면책 필요"

 보건복지부는 1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키트루다·옵디보 처방을 대형 병원 70곳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올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중앙일보 8월 18일자 16면> 정부가 급히 임시 조치를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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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는 이날 위원회에서 21일부터 키트루다(100 mg)·옵디보(100mg,20mg) 주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대상환자는 암세포가 전이된 말기 또는 준(準)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이다.

 건보가 적용되면서 환자(몸무게 60㎏ 기준)의 연간 약값 부담이 1억원에서 340만~360만원으로 줄어든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이렇게 좋아지지만 이 약을 써오던 위·유방 등 다른 암 환자가 약을 못 쓰게 됐다. 이들은 식약처 허가 범위를 초과해 약을 쓰는 '허가 외 처방(off-label·오프라벨)'으로 약을 써 왔다.

 이번에 건보를 적용하면서 70개 대형병원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가를 받고 오프라벨로 쓰게 제한했다. 부작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고 무분별한 처방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70개 병원은 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수술 등 암과 관련한 여러 분야 전문의로 구성된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곳이다. 여기서 환자 건건이 심의해서 오프라벨 처방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심평원에 사용허가를 신청하게 된다.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이 16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제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이 16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제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하지만 환자들이 "그동안 70개 병원이 '의학적 근거가 약하다'며 약을 처방해주지 않아 동네의원·요양병원 10여곳에서 처방을 받아왔다. 당장 약을 못 쓰게 돼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자 정부가 연말까지 처방 제한을 유예한 것이다.

 김태준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정부의 유예 조치는 다행스럽다"며 "하지만 약을 처방해오던 동네의원·요양병원이 정부의 책임 추궁을 우려해 벌써 처방을 안 하기로 한 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유예기간에 처방해도 동네의원·요양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70개 병원에서 처방을 한다고 해도 입원여부가 관건이다. 병실 부족에 시달리는 대형 병원들이 키트루다·옵디보를 주사할 때 입원을 안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실손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된다.

 김 운영자는 "정부가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큰 병원에서만 처방하게 제한했는데, 이 방침대로라면 병원들이 하루 입원시켜서 투약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이번에 건보가 적용된 면역항암제 외 다른 항암제를 같이 쓰던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 병원에서 보험약과 비보험약을 동시에 쓰면 보험약도 건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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