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瓦解>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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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쓰임새는 많으나 원래 뜻을 따질 때 다소 궁색해지는 단어가 와해(瓦解)다. 기왓장이 무너지거나 깨진다는 의미로 우리는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힘없이 무너지는 어떤 것, 또는 그런 상태를 일컫는 데 쓰인다.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비단 기와만은 아닐 텐데 조금 이상하다. 뿌리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원통형 틀을 만들어 흙을 다져 놓고 굳힌 뒤 틀을 4등분으로 깨서 기왓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원통형 틀을 쪼개 기왓장 넷을 만드는 일을 와해(瓦解)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그로부터 와해가 떨어져 나가다, 쪼개지다의 새김을 얻었다는 풀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기와는 대개 수키와와 암키와로 나뉜다.  먼저 암키와를 아래에 깔고, 선의 형태로 깔린 암키와 사이를 수키와로 덮는다. 이런 결합 방식을 일컬을 때 와합(瓦合)이라고 적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아무래도 느슨하다. 암수 기와가 맞물려 있지만 떨어지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중국 송대(宋代) 사람들은 기생집을 와사(瓦舍)라고 적었다고 한다. 기와집은 그 당시에도 참 많았을 테다. 그래도 굳이 기생집을 이 단어로 적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뭇 남성들이 기생과 하룻밤을 지내는 곳이라는 맥락에서다. 남성이 기생을 찾아 하룻밤의 풍류를 즐기는 일을 수키와와 암키와의 합쳐짐, 즉 와합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올 때는 와합, 갈 때는 와해(瓦解)”라는 중국식 속담이 생겨났다고 푼다.

아무튼 이런 흐름에서 오늘날의 와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듯하다. 제법 단단히 맞물려 있던 것들이 쉽게 흩어져 버리는 상태를 지칭한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만들어졌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일은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운영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나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신중을 기하라고 했던 이가 노자(老子)다. 앞선 정부의 과오와 실책이 대단해 도저한 개혁 흐름을 펼치는 새 정부가 새겨 들을 경구다. 이을 것은 잘 잇는 게 현명하다. 부정과 번복만이 능사는 결코 아니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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