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사용 허가 문제로 구청 앞에서 시위벌인 대학생들…왜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동대문구청 앞에서 신축 기숙사 사용승인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최규진 기자

18일 오후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동대문구청 앞에서 신축 기숙사 사용승인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최규진 기자

개학을 앞둔 대학생들이 기숙사 사용 허가 문제를 놓고 구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동대문구청, 경희대 행복기숙사 사용 승인 '보류' #대학 "구청, 학교 소유 도로 사용료 부담에 꼼수" #구청 "공공도로 유지 약속해야 기숙사 승인"

경희대 총학생회는 18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대문구청은 1000명 가까운 경희대 학생들을 상대로 주거권과 교육권을 박탈하는 부당한 행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축기숙사 사용을 당장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예하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경희대로를 둘러싼 학교법인과 동대문구청 간 소유권 갈등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구청 앞 시위의 경위는 이렇다.

경희대 총학생회와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구청 측은 지난 16일 경희대가 신축한 '행복기숙사'에 대해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교통환경영향평가란 일정 규모의 시설을 건축할 경우, 사업시행 전에 예상되는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한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다. 행복기숙사가 지난 2014년 건축 허가를 받을 당시 확보한 학교 정문 앞 도로(경희대로)가 공공도로에서 사유지로 변경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희대학교 정문 앞 공공도로와 사유지 현황. 최규진 기자

경희대학교 정문 앞 공공도로와 사유지 현황. 최규진 기자

문제가 된 경희대로는 학교법인과 구청 사이에 소유권 갈등이 벌어진 곳이다. 1960년대 말부터 동대문구청이 수도ㆍ전기관을 매설해 공공도로로 사용해 왔는데, 2012년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소유권을 주장했다.

경희학원은 ‘경희대 진입로 부지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3월 이겼다. 대법원은 구청이 경희학원에 그동안의 사용료로 총 14억원을 지급하고, 매년 1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학교 측과 총학은 구청이 이 사용료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빌미로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구청이 수십 년 동안 부당하게 도로를 점유해 온 것에 대해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며 "지금도 현황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곳인데도 구청 측이 기숙사 승인을 빌미로 추가 절차를 요구해 황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대문구청은 새 기숙사가 들어선만큼 경희대가 해당 토지를 공공도로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법인이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향후에 도로의 용도를 건물 신축 등을 이유로 변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한수 동대문구청 건축과장은 "기숙사 자체를 불허하는게 아니라, 건축 허가를 받은대로 완공하지 않아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 답변이 오는대로 기숙사 승인 검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구청 측이 임시사용 허가라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6일 입주를 앞두고 대학이 새로운 도로를 만들거나,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하길 기다린다면 2학기 기숙사 운영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입사를 준비 중인 경희대 학생 최모(19)씨는 "행복기숙사는 기존 기숙사와 달리 장애우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을 위해 설립됐다"며 "학기 시작 전이라 방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막막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경희대 측은 오는 21일 동대문구청에 환경영향평가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신축 기숙사 사용승인을 재차 요청할 예정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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