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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한·중 수교둥이들 “사드 갈등? 대화로 풀리던데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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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92년생 한·중 수교둥이들이 16일 제주 한·중 외교포럼 행사장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류현석(한국)·장난(중국)·강애리(한국)·위젠바오(중국)씨. [박유미 기자]

1992년생 한·중 수교둥이들이 16일 제주 한·중 외교포럼 행사장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류현석(한국)·장난(중국)·강애리(한국)·위젠바오(중국)씨. [박유미 기자]

“손톱에 봉숭아물 들였구나. 그거 중국에서도 어린아이들이 많이 하는 건데.” “‘응답하라 1988(한국 드라마)’ 배우끼리 열애 중이라고? 놀라운데.”

청년 4명, 제주 공공포럼 위해 만나 #“사드, 각국 이익 달린 문제로 이해 #국가 외교도 결국 사람 간의 일 #국민들 가까워지면 관계 나아질 것”

16일 오후 제주 신라호텔 6층 연회장.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네 명이 만나 반가운 듯 손을 맞잡았다. 한국어와 중국어에, 손짓 발짓을 섞어 가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에 태어난 양국의 ‘수교둥이’들. 강애리(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류현석(동아대 중국학)·장난(張楠·베이징대 한국어학과 석사과정)·위젠바오(于建寶·퉁지대 정치와국제관계학원 석사과정)씨였다. 한·중 외교부가 공동 주최하는 공공외교포럼(17일)에 참석하기 위해 각기 서울·부산·베이징·상하이에서 제주까지 날아왔다. 언어를 빼고 보면 모습도 같고, 대화도 잘 통해 국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들은 지난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관한 행사에 참여, 서울과 베이징에서 8박9일 동안 함께 지내며 이미 친구가 됐다. 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해 수교 기념일인 8월 24일 축하 행사도 따로 열게 된 최악의 상황이지만, 수교둥이들은 25주년을 함께 축하하고 더 깊은 우정을 쌓기 위해 제주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네 명에게 사드 갈등이 서로 친해지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하나같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상대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도 지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장난씨는 “사드는 중국의 안보 문제와 직결되는데 한국 정부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서운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수교둥이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몰아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불만이었다. 류현석씨는 “중국이 내세우는 선린우호 정책과 다르게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은 경제적 힘을 통한 압박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친구 모두 서로 대화를 한 뒤에는 이해가 깊어졌다고 했다. 장난씨는 “사드 갈등 이후 한국 언론이 중국을 나쁘게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 친구들이 한국의 입장만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류현석씨는 “서로 ‘너희 나라의 이익이 달린 문제’라고 이해를 했다. ‘한국의 안보가 걸려 있는 문제라는 부분은 다 이해를 한다’고 이야기한 중국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솔직한 대화와 다른 입장에 대한 존중, 이를 토대로 한 이해와 공통점 찾기. 양국 정부도 못하는 일들을 수교둥이들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이는 함께 생활하며 두 나라 젊은이들의 생각과 삶이 생각보다 닮아 있다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위젠바오씨는 한옥 마루에서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 친구들이 ‘아빠의 동생들은 북한에 있고 그들이 매우 걱정돼’라고 말했을 때 중국 친구들은 ‘대만 사람들도 우리 가족이야’라고 했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38선 이남과 이북에 있는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중국도 비슷한 역사가 있어서 한국인들의 고통을 이해했다.” 그의 이름인 젠바오(建寶)는 공교롭게도 수교둥이(建交寶寶)의 약자이기도 하다.

수교둥이들이 인터뷰 중 반복적으로 언급한 한·중의 격언이 있었다. ‘국지교재우민상친(國之交在于民相親·국가 간의 사귐은 국민 간의 가까움에 달려 있다)’이란 중국 표현과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산다’는 한국 속담이었다.

강애리씨는 “외교도 결국 사람 간의 일이고, 어느 나라의 고위 지도자도 절대 그 국민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런 만남이 장기적으로는 한·중 관계의 알맹이를 채워 나갈 수 있고,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한·중 관계도 낙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제주=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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