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청업체’가 아니라 ‘협력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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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이어 군 장교의 ‘공관병’ 갑질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 행태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갑질 하면 무엇보다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이 떠오른다. ‘하청업체’의 정확한 법령상 명칭은 하도급업체다. 일반적으로는 갑과 을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회사를 ‘하청업체’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청업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이름 자체가 대기업과 관련 회사를 차별함과 동시에 상하 관계를 분명하게 규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률 용어인 ‘하도급업체’로 부르기는 뭣하다. 하도급이란 말 역시 내포한 방향성으로 인해 하청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란 용어가 좋은 대안으로 생각된다. 물론 법률적으로는 협력업체가 위성기업으로 불리기도 하면서 대기업 일을 위탁받아 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라는 말에는 공생 관계, 즉 상호 윈윈하는 뜻이 포함돼 있어 다른 용어보다 나아 보인다. 갑을 관계에 있는 회사를 일상적으로 부를 때는 ‘협력업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용어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용어는 인식을 바꾸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하청(下請)’은 일본식 한자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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