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찍고 태국·말레이시아로 … 틸러슨, 동남아서 ‘북 돈줄 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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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한반도 ② 북한 핵 능력은 

렉스 틸러슨(사진) 미 국무부 장관이 동남아를 통한 북한의 외화 조달을 막기 위해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잇따라 방문해 설득에 나섰다. 지난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한 직후다.

ARF 이어 대북제재 촉구 행보 #“북과 친밀한 동남아 협력 필수”

틸러슨 장관은 8일 태국 방콕을 찾아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돈 쁘라뭇위나이 외무장관을 만났다. 회담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틸러슨을 수행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번 방문의 목적은 북한의 돈줄 차단을 위해 동남아 국가를 압박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기업을 폐쇄하도록 태국 정부를 독려했다”고 덧붙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측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북제재를 준수해 왔고, 올 상반기 북한과의 무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방침에 협조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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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한의 3대 교역국이기도 했던 태국 정부는 최근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자국 내 북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금융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조치 등을 취했다. 북한을 최종 목적지로 한 화물의 선적 또한 금지했다.

다음날 틸러슨 장관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건너가 나집 라작 총리와 회담했다. 역시 논의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양국 간 무역 현안 등을 비롯한 역내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다고 전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지난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후 크게 악화됐다. 이전까지 양국 관계는 비자면제국일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 근로자의 주요 파견국 중 하나였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방문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태국은 2014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미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말레이시아 나집 총리도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 자신이 연루된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럽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북한과 밀접한 동남아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라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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