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이 한국 농촌서 오리엔테이션 받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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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북 영양군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이 농사일을 돕고 있다. [사진 영양군]

지난 5월 경북 영양군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이 농사일을 돕고 있다. [사진 영양군]

"3개월 동안 함께 농사일하면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근로자들이 가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전국서 2번째로 인구 적은 경북 영양군 찾은 베트남근로자들 #90일간 농촌 가을수확 도우러 8일 입국해 영양서 오리엔테이션 #농민들 "일손 부족해 힘들었는데, 도움 많이 돼" 반겨 #베트남 근로자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족처럼 지내 #

경북 영양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금석국(45)씨의 말이다. 금씨는 8년 전 부모님이 짓던 고추밭을 물려받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도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농사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일손이 부족해 허덕이던 차에 금씨는 영양군청에서 일을 도와줄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을 데리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4명을 신청했다.

지난 4월 22일부터 7월 20일까지 석 달간, 베트남 근로자 4명은 금씨와 고추 농사를 꾸려나갔다. 4명의 근로자가 고국으로 떠나던 날 금씨는 각자 인삼 두 첩씩과 인삼 사탕을 한가득 챙겨줬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드리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이다.

금석국(45)씨의 경북 영양 토종고추 농장에 농사일을 도우러온 베트남 근로자들. [사진 독자제공]

금석국(45)씨의 경북 영양 토종고추 농장에 농사일을 도우러온 베트남 근로자들. [사진 독자제공]

금씨는 "아시다시피 영양이 인구가 적은 도시라 그간 일손부족으로 힘들었다"며 "외국인들이 온다길래 말이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람들이 순하고 성실해서 봄철 농사에 도움이 많이 됐다. 가을 계절근로자도 3명 신청해 오늘 오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섬 지역인 울릉군을 제외하고 인구수가 가장 적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7713명에 불과하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농촌 일손이 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양군은 경북에서 유일하게 법무부가 추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농촌 농번기 고질적인 일손부족 해결을 위해 농가에서 외국 지자체와 협의해 단기간(90일) 동안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 4월 봄철 근로자 29명이 90일간 영양을 다녀간 뒤, 이번에는 42명의 가을철 근로자들이 8일 영양을 찾았다. 이들은 10월까지 농가에서 숙식하며 일손을 돕는다.

지난 5월 경북 영양군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이 농사일을 돕고 있다. [사진 영양군]

지난 5월 경북 영양군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이 농사일을 돕고 있다. [사진 영양군]

박한만 농촌과 계장은 "앞서 다녀간 베트남 근로자들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내년에 다시 올 예정"이라며 "농민들은 일손을 덜어 만족하고, 베트남 근로자들은 숙식을 지원받으며 돈을 벌 수 있어 상부상조다"고 말했다.

영양에 온 외국인 근로자는 농가당 1~4명씩 배치돼 벼농사나 고추 등 밭농사를 돕는다. 2017년 기준 시급인 6470원이 적용돼 기본 소득은 하루 8시간 기준 월 145만원이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해가 진 후 일하게 되면 추가 수당이 적용돼 18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 지원자가 줄을 잇는 이유다.

박 계장은 "지원자 중에서도 건강검진 등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이 온다"며 "군에서 가을 근로자 54명을 신청했는데 42명만 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영양을 찾은 가을철 근로자들은 환영식과 오리엔테이션 및 농가주와의 상견례, 사전교육을 실시했다. 9일부터 농가로 가서 본격적으로 수확작업을 도울 예정이다. 오도창 영양부군수는 “봄철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양=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경북 영양의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이 영양군에서 준비한 베트남 고향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영양군]

경북 영양의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이 영양군에서 준비한 베트남 고향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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