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인 제자들이 퇴임 기념논문집 증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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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과 일본의 문학 수준을 상하 또는 선후 관계로 파악하려 해선 안 됩니다. 대신 두 나라 문학의 다른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제자들이 엮은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 '한국 근대문학과 일본'의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사에구사 도시카스(62) 교수는 양국 문학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출판 기념회는 지난 2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30여명의 제자가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사에구사 교수는 일본 내 대표적인 한국문학 연구가. 그는 도쿄외국어대에 재직하면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일본 학생이나 일본으로 유학 온 많은 한국인 학자를 가르쳤다.

그의 저서 '사에구사 교수의 한국문학 연구' 등은 양국 학자들에게 필독서일 정도. 한국 학자들이 외국인 스승을 위해 기념 논문집을 만든 것도 유례 없는 일이다. 그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이처럼 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사에구사 교수지만 그의 원래 전공은 물리학이었다. 교토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하지만 뒤늦게 한국문학의 매력에 눈을 뜬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경희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일본에 돌아가 '조선문학연구회'를 이끌어 왔다. 냉전시대인 1970~80년대엔 한국 학자가 연구하기 어려웠던 월북작가들의 작품 연구에 매달려 이 분야에서 새 장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적에도 사에구사 교수는 출판 기념회에서 "나는 늘 배우는 사람이었는데 모두 내게서 뭔가를 배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제자들에게 엄격해 보였던 것도 그들에게서 뭔가를 배우려 들었기 때문"이라며 겸손해 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도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중국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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