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 매년 8만명…자살유가족 최대 300만원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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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에 설치된 '위로'하는 동상. 정부는 가족의 자살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마포대교에 설치된 '위로'하는 동상. 정부는 가족의 자살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가족 중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13만 8505명 자살 #자살 유가족 연 8만명 발생…대책은 미비 #복지부, 자살 유가족 1인당 140만원 지원 #"고인뿐 아니라 유가족도 자살문제 피해자" #자살 유가족 우울증 7배↑·자살 위험 8.3배 #위궤양·고혈압 등 신체 건강 문제도 동반

 보건복지부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살자의 직계가족과 배우자에게 1인당 14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지원 금액은 필요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13만 850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매년 8만명, 10년 간 최소 70만명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의 정신적ㆍ심리적 고통 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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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복지부 용역을 받아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실시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 중인 자살 유가족 72명을 면담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에 더해 죄책감과 분노, 사회적 관계 단절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보통 사람에 비해 우울증은 7배 많고 자살 위험은 8.3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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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의 스트레스는 짧게는 사고 후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사이에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후부터 3개월까지는 장례·이사 등 행정 처리에서, 3개월 이후부터는 직업과 경제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기에 상관없이 가장 지원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정신건강 변화(58%)였다.

유가족의 75%는 의지되는 가족이 있었지만 가족관계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남겨진 가족들간에 대화 단절, 고인의 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 서로에 대한 비난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주변의 시선과 편견을 견디지 못해 대인관계가 단절되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의 72.2%가 자살 사고 이후 직장에서 업무효율성 저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가족의 75%가 우울감과 의욕저하를 호소했고 69.4%가 불면 증상을 보였다. 실제로 진단을 받은 병증은 우울증(41.7%)이 가장 많았고, 불면증(37.5%), 불안장애(31.9%), 적응장애(23.6%)가 뒤를 이었다. 입원 치료 경험자도 11.1%가 있었다.

조사 대상 유가족 72명 가운데 31명(43.1%)이 ‘진지하게 자살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 중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도 21명(67.7%)이 있었다.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는 사람은 16명(51.6%)이었다.

연구진은 “공포와 불안, 대인관계 예민성, 강박, 우울, 불안 등 모든 영역에서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각한 수치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자살 유가족의 어려움은 정신적 스트레스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살사고로 인한 충격은 호흡곤란·두근거림(59.7%), 두통(56.9%), 눈 피로·이명(51.4%), 소화불량·복통(43.1%) 등 신체 건강 문제로 이어졌다. 10명 중 3명은 위염·위궤양을 앓았고 고지혈증(18.1%), 고혈압(8.3%) 환자도 있었다.

심리상담 및 정신과 치료비용을 지원받고 싶은 자살 유가족은 전국 241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지역 자살예방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자살을 시도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위험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자살을 시도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위험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복지부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해서도 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전국 42개 응급실에 사후관리 인력을 배치해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치료비 지원을 통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원 금액은 1인당 100만원, 최대 300만원이이고 자살 시도자가 응급실에 있는 사례관리사에게 직접 신청하면 된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자살로 생명을 잃은 고인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도 자살이라는 사회문제의 피해자”라며 “자살예방이 역대 최초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적극적으로 예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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