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으로 쓴 자소서 100여장…포기를 몰랐던 그가 받은 문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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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문자는 윤태훈씨가 공개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인스타그램, SBS 방송 캡처]

합격 문자는 윤태훈씨가 공개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인스타그램, SBS 방송 캡처]

뇌병변 장애인 윤태훈(29)씨가 2017년 9급 세무직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일 스브스뉴스·에이블뉴스 등 다수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윤씨는 지난해 공무원 필기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고도 면접에서 떨어져 "면접 시 장애가 고려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윤씨는 법적 공방 속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인사혁신처는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최종합격자 2931명의 명단을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지난달 31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윤씨 이름도 포함돼있었습니다. 이로써 윤씨는 취업준비 5년 만에 공무원이 됐습니다.

지난해 SBS를 통해 소개된 윤씨.[사진 SBS 방송 캡처]

지난해 SBS를 통해 소개된 윤씨.[사진 SBS 방송 캡처]

그가 처음부터 공무원을 꿈꾼 것은 아닙니다. 손이 아닌 턱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것이 100여장이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동아리 자금 운용 팀장, 공모전과 자격증 등의 스펙에도 불합격 고배를 번번이 마시던 그는 선발 과정이 상대적으로 공정한 세무직 공무원에 도전합니다.

지난해 SBS를 통해 소개된 윤씨. [사진 SBS 방송 캡처]

지난해 SBS를 통해 소개된 윤씨. [사진 SBS 방송 캡처]

윤씨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세무직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했습니다. 윤씨에게는 처음엔 필기시험도 쉽지 않았습니다. 세무계산은 누군가 대신 써줘야 풀 수 있는데, 이를 지원받지 못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 신청을 해 도우미 지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는 합격최저점(266.56점)보다 31.45점이 높은 298.01점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다음 면접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면접은 응시자가 자기 기술서를 포함한 서식을 작성한 후 대기 의자에 착석해 10분 동안 발표에 대한 과제를 검토하고 5분 발표를 하는 형식 등으로 진행됩니다. 장애가 있는 윤씨는 국세청에 자기기술서 대필 지원, 별도 고사실 배치, 5분 발표와 면접에서 의사소통 조력인 제공을 요청했으나 면접에서 조력인 제공이 거부됐습니다. 결국 윤씨는 그해 시험에서 불합격했습니다. 윤씨는 면접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지난해 9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불합격 취소 처분과 함께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올해 시험에도 도전했고, 2017년도 공무원 9급 공채에 당당히 최종합격을 한 것입니다.

윤씨는 스브스뉴스 측에 "장애인인 저는 다른분들보다 국가지원을 많이 받아왔다"며 "이제는 공무원으로 국민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앞으로의 포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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