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사교육으로 자녀 영재학교 보낸 '사교육 반대' 단체 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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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학교와 과도한 사교육에 반대해온 교육 시민단체의 핵심 간부가 고액 사교육으로 자녀를 영재학교에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의 이사인 A씨가 자녀에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에서 한국수학올림피아드와 영재고 대비반 사교육을 시켰고, 자녀가 올해 영재고에 입학했다는 내용이다.

이 단체의 일부 회원들은 최근 해당 내용을 문제 삼으며 "A씨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어떻게 그보다 더 문제의 소지가 많은 영재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냐"는 내용의 이메일을 사걱세 측에 보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의혹의 핵심은 A씨가 자녀를 학원비가 월 200만~500만원에 이르는 고액 사교육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학원은 방학 때는 밤 12시, 학기 중에는 오전 2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불법 사교육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서울 지역 학원 운영시간은 오후 10시로 제한돼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의사인 A씨는 각종 TV 강연에서 “사교육으로 돈을 들여가며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 “사교육 세력의 전략으로 부모들이 무너진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이에 대해 현재 해외 체류 중인 A씨는 사걱세를 통해 "교습비는 월 80만원 수준이었고 학원에 다닌 기간도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오후 10시 이후 새벽까지 심야 교습을 한 적도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6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24시간 카페의 모습. 오후 11시가 지났지만 카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24시간 카페의 모습. 오후 11시가 지났지만 카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중앙포토]

 송인수 사걱세 공동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A씨가 고위공무원도 아니고 검증이 필요한 인사도 아닌데 시민단체 이사라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은 곤혹스럽다”며 “설령 영재학교나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내는 것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이번 논란으로 사걱세에 누를 끼쳤다"며 사걱세 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걱세 측은 "A씨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사표 수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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