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으로 돌아가자 -선거는 눈앞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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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거전의 막바지에 유세장 폭력과 부정선거 시비등 공명선거분위기를 흐리는 사태가 빈발하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행한 과거의 기억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그같은 우려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인식은 안이한 우려를 넘어 역사의 지평을 새롭게 펼쳐 보일 민족적 과업을 앞에 두고 지혜와 용기로 더욱 냉철해져야 할 필요를 느낀다.
역사는 때때로 분류처렴 폭발하는 격렬한 파토스로해서 추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같은 파토스를 정말 가치있는 역사동인으로 만드는 것은 냉철한 로고스의 반조를 기다려 가능한 것이다.
곤봉으로 얻어 맞고 최루가스에 질식당하면서 민주화를 외치던 순수한 국민의 호소가 마침내 6·29민주화 선언을 가져오고 역사적인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실현시켰던 것은 정의와 민주와 민권을 위해 봉기한 격정적인 파토스의 결과였다.
하지만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 실시되는 선거는 이제 감정의 게임으로 좋은 결실을 거둘수는 없다.
구원을 끌어내고 지역감정을 빌미로해서 상대를 돌과 몽둥이로 내모는 것은 결코 정당한 태도일수 없으며 파인 플레이도 아니다.
그것이 경기에 이기는 좋은 전략전술이 못되는 것은 물론 민족의 대의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있는 선택일 수는 더욱이나 없다.
정당한 승리는 오직 이성적 판단을 반영하는 정의로운 선택이 이루어질때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조용하다 못해 싸늘하게 식은 선거분위기가 좋은건 아니다. 열기가 없는 선거는 벌써죽은 사회의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비한 혹색선전과 모략이 난무하고 대량의 금품살포로 이성을 흐리게 하며 나아가 폭력과 부정음모로 정의를 말살하려는 파괴적 불순행동만은 철저히 경계, 배척되어야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선거의 아름다운 결실이다.
유세장의 엄청난 인파와 지지환호나 거리의 현수막과 벽보들은 모두 이번 선거의 열기를 반영하는 상징이었다.
그 열기들은 각기 개인적인 확신과 기대를 반영하기도 하고 나라와 사회발전을 기원하는 나름대로의 염원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다양한 염원과 기대를 투표행위를 통해서 조용히 표현해 결과를 수용해야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이 던지는 표는 애증과 호악의 감정표현이자 뜨거운 기대와 희망의 표현이다.
그 표는 한사람을 당선시키고 다른 사람을 낙선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그때문에 그 실제적 위력은 돌팔매나 화염병보다 더 효과있는 무기다.
이성적 판단에 따라 조용히 표현되는 선택은 불안과 혼란을 몰고오는 무모한 걱정보다는 값이 큰 것이다.
걱정을 누르고 평상심에 돌아가 우리의 미래를 올바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과제다.
민주화를 위한 국민의 승리는 바로 격정적인 파괴가 아니라 이성의 창조로 보장된다는 것을 다시 깊게 마음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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