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개심의 활동종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육개혁 심의회가 그 동안의 교육개혁 종합구상을 8일 대통령에게 보고함으로써 3년간의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우리 나라 교육사상 최초의 대통령직속기구로 출범한 교개심은 시한에 쫓긴 졸속운영 등 미흡한 점이 없진 않지만 21세기를 향한 한국교육의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자못 크다고 평가된다.
교개심은 이날 발표된 「종합구상」을 통해 학제 개혁, 입시제도의 개선에서부터 교육자치의 실현, 교육투자의 획기적 증대에 이르는 10대 교육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한국교육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거의 망라하고 있으며, 이의 해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과 연구가 뒤따라야함을 시사하고 있다.
다 아는 대로 교육개혁은 우리 나라 뿐 아니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일본등 선진국에서도 착수 된 사업이다. 미국이 수월성 확보, 영국이 학력향상, 일본이 개성 있는 일본인 양성에 목표를 두었다면 한국의 교육개혁은 인간화와 함께 민주화·자율화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절실한 목표를 갖고 추진되어 왔다.
목표와 과제가 이처럼 거창하고 광범위하다보니 뚜렷한 성과보다는 지나치게 추상화된 인상을 준 것도 같다. 개혁이 교육내용 보다 제도개선에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개심의 개혁안 가운데는 이미 정책에 반영된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대학입시의 주관식 출제로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생의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교입시도 「선 지원, 후 시험」으로 바꿔 학교의 자율화 폭을 넓혀주는 방향이 되리라고 한다.
제도개혁의 이러한 방향전환은 결국 구제도로의 회귀로 특징 지워진다. 정치적 변혁기마다 걸핏하면 손을 댄 제도개혁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의 원인이 되었는가. 지금 우리는 이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잘못된 제도는 큰 테두리에서 바꾸되 잦은 변개는 더 이상 없기를 당부하고 싶다. 정치적인 이유나 즉흥적인 발상에서 제도를 조령모개식으로 바꾸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교육제도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선진국의 교육개혁은 장차 그 나라의 이상 사회상의 컨센서스를 먼저 정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모습의 인재가 필요한가, 또는 어떤 인재라야 그 사회에 적응하느냐 하는 비전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는 교육의 현상에서 문제점을 추출, 이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미래상의 설정을 더 중시하느냐, 제도개혁에 주안점을 두느냐, 가름하기는 물론 쉽지가 않지만 실질적인 개혁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추진되어야만 명실상부한 교육개혁이 달성 될 수 있는 것이다.
교개심의 활동시한 종료로 우리의 교육개혁작업이 끝날 수는 없다. 교육의 중요성에 비추어 교육개혁 추진기구는 상설화 되어야하며 정권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이 작업은 무게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개혁의 방향은 제도개혁에 머무르지 말고 한국의 미래상에 대한 보다 확실한 비전을 세워 거기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