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영화인, 말·행동 따로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보도진이 몰리자 박 감독은 "스크린쿼터 사수는 국익과 모순되지 않는다"며 "문화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베를린에 도착한 배우 장동건씨도 "쿼터를 축소하는 것은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영애씨 역시 "서울로 돌아가면 1인 시위에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기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의지는 세계 영화인들이 모인 베를린에서도 돋보였다. 그들이 시위하거나 회견하는 장소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담당 기자들이 몰렸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현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국문화원의 한 독일 직원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쿼터를 줄일 경우 피해는 저예산 예술영화들이 본다. 대형 스타들이 진짜 영화를 살리려면 저예산 예술영화에 출연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독일 기자는 "영화계 스타들이 일사불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외국 영화계에서 자유분방한 스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장동건씨는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영화인들도 국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2일 포츠담 광장 인근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스타들의 애국심을 의심케 했다. 한국의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필름 시장을 개설하기 위해 홍보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다.

당초 25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던 행사에는 4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영애.장동건씨를 보려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을 약속했던 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톱스타가 '건배 제의'하는 순서까지 만들어 놓았었다. 한 관계자는 "불참한다는 별도 연락이 없어 막판까지 참석할 줄 알고 순서를 마련해두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유권하 베를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