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진풍경] 대통령은 장관 흉보고 장관은 마이웨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대선 당시 상원의원 중 트럼프 지지를 가장 먼저 선언했던 제프 세션스(왼쪽). 트럼프와 함께 선거 유세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대선 당시 상원의원 중 트럼프 지지를 가장 먼저 선언했던 제프 세션스(왼쪽). 트럼프와 함께 선거 유세에도 적극 나섰다.

대통령은 장관 임명을 후회하며 흉을 보고, 장관은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임명 후회한다" 발언한 다음날 #세션스 법무장관은 "계속 일할 것" 맞불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법무부는 국가이익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전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나는 적절한 한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션스 장관을 겨냥해 "어떻게 직책을 맡아놓고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빠질 수 있느냐. 이럴 줄 알았다면 '고맙지만 당신을 임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을텐데…"라고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극도로 불공평하다. 이마저도 (내가) 대통령이라서 단어를 순화한 것"이라고도 했다.

세션스는 법무장관 취임 후 지난해 7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난 앞으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지휘에서 벗어나겠다"며 선언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수사전권을 쥐게 된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백악관과 상의없이 특검수사를 결정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지난 3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라인에서 스스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사진=CNN홈페이지)

지난 3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라인에서 스스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사진=CNN홈페이지)

세션스는 앨라바마주 상원의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당시 아웃사이더 후보였던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트럼프에게는 은인과 같은 존재였다. 대선 캠프의 좌장 역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본인 뿐 아니라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까지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리며 특검의 칼날이 다가오자 원망의 타깃이 세션스로 향한 것이다.

세션스는 이날 회견에서 "법무장관으로 일하는 것은 영광"이라며 "우리는 이 일을, 이 부처(법무부)를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에 '찍혀있는' 로젠스타인 부장관도 이날 "우리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으며, 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기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그만둘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세션스의 발언에 머쓱해진 백악관은 입장을 선회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분명히 세션스 장관을 신뢰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션스는 장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션스를 신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법무부가 이민정책과 범죄조직 소탕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다만 샌더스 부대변인은 "어제 (트럼프의 인터뷰) 발언이 공개된 이후 두 사람이 연락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24시간 동안 아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세션스가 러시아 수사에서 스스로 손을 뗐을 떄 대통령이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라고도 했다.

CNN은 "맘에 안 드는 장관을 데리고 국정을 운영하는 트럼프나, 자기 흉을 보는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 없이 자리를 지키려는 세션스나 모두가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