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층 카스트 '불가촉천민' 출신 인도 대통령 탄생

중앙일보

입력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람 나트 코빈드(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카비타 코빈드(오른쪽에서 2번째) 여사와 함께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람 나트 코빈드(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카비타 코빈드(오른쪽에서 2번째) 여사와 함께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인도에서 사상 두 번째로 이른바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최하층 카스트인 '하리잔'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람 나트 코빈드(71) 후보가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메이라 쿠마르(72) 전 연방하원 의장을 제치고 65.6% 득표율로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코빈드 당선인은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칸푸르의 하리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두 차례 상원의원을 지낸 뒤 비하르 주 주지사를 역임했다.

인도는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리가 내각을 이끌기 때문에 대통령은 의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인도 헌정 70년 역사에서 하리잔 출신이 헌법상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된 것은 1997년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일로 인도 사회에 미칠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빈드 당선인 역시 당선이 확정된 이후 첫 연설에서 "오늘도 다음 끼니를 위해 비에 젖어가며 들판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며 "나는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모든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승려계급인 브라만, 군인·통치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계급인 바이샤 및 천민계급인 수드라로 나누어진다. 최하층 계급으로는 불가촉천민인 '달리트'가 있다.

마하트마 간디를 비롯한 많은 사회 개혁 운동가들은 불가촉천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면서 불가촉천민을 달리트가 아닌 '신의 자식'이라는 뜻에서 '하리잔'이라고 부르고 힌두 사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천민 보호에 앞장섰다.

1955년 불가촉천민법이 제정되어 법적으로는 차별이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종교적·문화적·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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