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국바둑의 험난한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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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전 3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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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56~66)=한국 바둑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세계대회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바둑 팬들은 박 9단의 뒤를 이을 강력한 일인자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신진서 8단이 그 주인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신 8단 한 명에게 미래를 걸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기대를 거는 신예 선수층이 꽤 두껍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인 위빈(兪斌) 9단은 과거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1999년 이후에 태어난 프로기사 중에 신진서를 상대할 선수는 상당히 많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한국 바둑의 험난한 미래가 예상된다.

반상은 전쟁터로 변할 조짐이 농후하다. 흑이 57, 59로 중앙을 돌보고 손을 좌상귀로 돌렸다. 중앙을 계속 두고 싶지만, 좌상귀 흑이 죽으면 백집이 너무 커지니 어쩔 수 없다. 61에서 65까지 수순으로 좌상귀 흑은 살아있는 모양. ‘변’이었다면 알기 쉽게 죽을 테지만 ‘귀’라서 사는 게 가능하다. ‘참고도’ 백1로 젖혀도 흑2, 4로 교묘하게 한 집이 더 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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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 귀를 보살피는 사이, 퉈자시 9단은 66으로 잽싸게 중앙을 끊었다.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다. 이제 중앙을 둘러싼 혈투가 바둑판을 어지럽힐 것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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