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국방예산 감축 방침에 합참의장 '항명 사태'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부 예산 감축 방안이 군부의 ‘항명 사태'로 번지고 있다. 긴축 재정을 추진 중인 마크롱 대통령이 국방 예산을 삭감하기로 하자 군 최고 사령관인 합참의장이 대놓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피에르 드 빌리에 합참의장(대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안보 관련 회의 등에서 정부의 국방예산 감축 방침과 관련해 “나를 엿먹이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의 권고 선인 국내총생산의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자 향후 5년 동안 645억 유로(약 79조원) 상당의 긴축 재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국방예산도 8억5000만 유로를 삭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자 군 수뇌부를 중심으로 테러 격퇴전을 해외에서 치르는 마당에 예산 감축은 곤란하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생겨났다. 빌리에 합참의장이 대놓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셈이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나란히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과 빌리에 합참의장 [AFP=연합뉴스]

프랑스 혁명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나란히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과 빌리에 합참의장 [AFP=연합뉴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국방부를 찾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군의 분위기를 고려한 듯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다. (재정적자 감축) 약속을 지키겠다. 어떤 압력이나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마크롱은 “모든 부처에서 노력해야 하고 군도 예외가 아니다"며 "충분히 실행이 가능하다"고도 경고했다.
 그럼에도 빌리에 합참의장은 “해외에서 테러 격퇴전을 벌이는 군의 상황과 예산을 둘러싼 문제 간의 간극은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일간 르피가로에 말했다.
 평소 정치와 선을 그어오던 군에서 항명 조짐을 보이자 마크롱 대통령은 주르날 뒤 디망슈와 인터뷰에서 “합참의장과 대통령의 의견이 충돌하면 합참의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면서 경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앙리 뱅테제 전 합참의장은 르몽드에 “군은 통수권자의 뜻에 따라야 하지만 군 최고 수뇌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부처와 군을 같이 취급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7일에는 프랑스 지방정부를 향해 2022년까지 지출을 130억 유로가량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과도한 지출 삭감은 학교 운영과 도로 유지 등에 허점을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취임 이후 주요 정상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는 등 국제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마크롱 대통령이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축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면서 본격적으로 난감한 국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프랑스24 방송은 보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삭감 동시 추진하는 마크롱 정부 #5년간 645억 유로 줄이려고 올 국방예산도 감축 방침 #빌리에 합참의장 "날 엿먹이도록 가만히 있지 않을 것" #마크롱 "내가 상관. 뜻 다르면 바꾸는 수 밖에" 마찰 #지방정부에도 2022년까지 130억 유로 감축 요구 #외교무대 강한 이미지 이어 국내 난제에 본격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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