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초대형 자책골 "특검에 결정적 증거 건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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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을 전격 공개해 오히려 러시아 유착설을 확산시킨 트럼프 주니어[AP=연합]

e메일을 전격 공개해 오히려 러시아 유착설을 확산시킨 트럼프 주니어[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불을 질렀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지난해 6월 자신이 러시아 측 여성 변호사와 만난 데 대해 논란이 커지자 당시 만남을 알선했던 인사와 주고받은 e메일을 전격 공개했다.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승부수였는데 오히려 의혹이 맞다고 자인하는 꼴이 돼 초대형 자책골을 터트렸다.

전격 공개 e메일서 러시아 유착설 불 질러 #힐러리 클린턴 타격 줄 정보에 달려 들어 #뉴욕포스트 "트럼프 장남은 백치" 조롱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e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일 러시아의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에민이 전화를 걸어와 매우 흥미로운 내용으로 당신과 접촉하라고 했다”며 “러시아의 검사가 에민의 아버지를 오늘 아침 만나 제안하기를 트럼프 캠프에 힐러리를 유죄로 만들고 그녀와 러시아의 거래를 유죄로 만드는 일부 공식 문건과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는 당신의 아버지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보냈다. 이 대리인은 영국 기자 출신의 로브 골드스톤이다. 그러면서 “이는 분명히 고급 정보이고 민감한 정보이지만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의 트럼프에 대한 지원의 일부”라고 명시했다.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를 돕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을 범죄자로 만들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던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AP=연합]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던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AP=연합]

 트럼프 주니어는 e메일을 받은 지 17분 만에 보낸 답장에서 “당신 얘기가 그렇다면 특히 여름 후반에 나는 (그 정보를 얻는 것을) 원한다(I love it)”며 즉각 달려들었다. 나흘 후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정보를 제공할 인사를 “러시아 정부의 변호사”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 주니어는 그달 9일 트럼프타워에서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라는 러시아 여성 변호사를 만났다. 에민 아갈라로프와 그의 아버지 아라스는 모스크바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트럼프 주니어와 원래 알던 사이다.

 e메일에 “러시아 정부의 트럼프 지원”이 등장하고 트럼프 주니어가 “나는 원한다”고 답한 게 확인되며 파장은 쓰나미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캠프가 최소한 러시아와의 결탁을 시도했고, 러시아 정부의 비밀 정보 임을 알면서도 이를 확보하려 한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뮬러 특별검사에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건네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의회전문지 힐은 “트럼프 주니어가 폭탄 e메일을 공개했다”고 충격파를 전했다. 전 법무부 검사인 피터 자이던버그는 “e메일은 분명히 러시아 정부와의 결탁 의도를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까지 “e메일은 충격적이며 문제가 많다”고 동조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폭스 뉴스에 나와 러시아측 변호사와의 만남은 ‘시간 낭비’였다며 해명을 시도했다. 그는 “낭비해 버린 부끄러운 20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혹은 ‘몸통이 누구냐’로 번지고 있다. 당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야 (문제가 된) 회동을 알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들이 공개한 e메일에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 정보를 로나(트럼프의 개인 비서)를 통해 당신 아버지에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민감해 당신에게 먼저 보내고 싶었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정보가 대통령에게도 알려졌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e메일을 공개해 매부인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지난해 트럼프 캠프의 핵심 인사들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갔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여성 변호사를 만났던 지난해 6월 9일 자리엔 폴 매너포트(당시 선대본부장)와 쿠슈너도 함께 했다. 당초 트럼프 주니어는 “두 사람에게 회동 참석을 부탁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공개한 e메일엔 정반대의 정황이 등장한다. 트럼프 주니어는 모임 하루 전인 지난해 6월 8일 쿠슈너와 매너포트에게 ‘러시아-클린턴-비공개로 대외비(private and confidential)’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 러시아 여성 변호사와 만나는 시간이 바뀌었음을 알렸다. 두 사람에게 클린턴과 관련된 은밀한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 임을 사전에 알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주니어는 백치”라는 글을 실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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