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수급 균형인데 값 뛰고 대전은 수요 초과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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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9 부동산대책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서울이 주택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뤘지만 시장 과열 우려가 높아 수요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토연구원은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데다 내용과 발표시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발맞추기용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 ‘주택 수급’ 보고서 #공급 과다는 충남·경북·경남·제주 #지역 상황 맞는 탄력적 정책 주장 #“서울·부산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전문가 “주택 수는 공개 안해 미흡 #내용·시점 볼 때 정부 발맞추기용”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0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지역별 주택 수급 진단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연도별 주택 수요와 공급물량 추정치, 재고 주택 수 등을 활용해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상대로 2016~2018년 주택 수급상황을 분석했다. 연구원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주택시장을 ▶수요 과다 ▶수요 초과 ▶수급 균형 ▶공급 초과 ▶공급 과다 등 5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론 2015년 기준 시·도별 재고 주택 수가 분모가 되고 신규 주택 수급 격차(수요-공급)를 분자로 계산해 2% 이상이면 수요 과다, 1~2%는 수요 초과, -1~1%는 수급 균형, -1~-2%는 공급 초과, -2% 이상은 공급 과다로 규정했다.

이 결과 서울과 부산, 인천 등은 수급 균형 예상 지역으로 분류됐다. 수요 초과 예상 지역은 대전이, 공급 초과 예상 지역은 경기도·울산·대구가, 공급 과다 예상 지역은 충남(세종 포함)·경북·경남·제주도가 각각 꼽혔다.

연구원은 지역별로 시장 과열 위험성도 진단했다. 우선 5월 대비 6월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을 따져 본 결과 전국 평균(0.21%)보다 높은 세종(1.67%)·서울(0.66%)·부산(0.38%) 등을 시장 과열 지역으로 분류했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과 부산·대전 등이 소비심리 상승 1단계(115 이상) 이상으로 조사돼 심리적 과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 균형 예상 지역인 서울과 부산 등은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지역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연구위원은 “수급 균형 예상 지역임에도 매매가격이 뛰는 서울과 부산 등에 대해선 모니터링 후 분양주택 청약요건 강화, 전매제한 강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같은 수요관리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급 과다 예상 지역인 경북·충남·울산 등은 공공부문 택지 공급 축소, 매입형 임대사업 확대 등의 공급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익명을 원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내용이나 발표시점을 고려할 때 보고서 발간 취지가 정책 홍보로 변질된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주택·건설 관련 연구기관 연구원은 “대개 주택 수급을 조사할 땐 공급과 수요를 주택 수로 나타내거나 최소한 유형을 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연구원 조사엔 이런 수치가 빠져 논리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은 “숫자가 공개되면 (공급 과다 등의) 인식이 고정화될 것 같아 제외했다”며 “국토부의 정책적 방침과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대안 제시 측면에서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데 수요만 억제한다고 시장 과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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