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보복공습…하마스 3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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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1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지도자를 암살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자폭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이 재연됐다. '로드맵(단계적 중동평화정착안)'에 의한 중동평화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 자폭테러가 벌어진 지 이틀 만인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F-16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 공습으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아부 사나브와 경호원 두 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목격자들은 "사나브가 탄 금색 스테이션 왜건 차량이 도로 위에 놓인 큰 돌을 피하려고 속도를 줄이는 순간 미사일 다섯발이 명중했다"며 "구급 요원들이 차 속에서 시신 3구를 발견해 끌어냈다"고 말했다. 한 의료 관계자는 14명이 부상했으며 이중 4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이날 보복공습은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에서 자폭공격을 벌여 20명이 사망하고 1백여명이 부상한 사건에 대해 정확한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이 공습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또 다른 강경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는 6월 29일부터 계속해온 휴전을 중단한다고 21일 선언했다.

하마스 측은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아부 사나브에 대한 암살일 뿐 아니라 휴전협정에 대한 암살"이라며 휴전 중단을 밝혔다. '로드맵'에 따라 하마스 등 3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3개월 휴전을 합의한 지 두달이 지나지 않아 휴전이 공식 파기된 것이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도 "이번 공습은 추악한 범죄행위"라며 "사나브의 암살로 이들 무장단체를 평화협상에 끌어들이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선언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폭테러를 벌여온 무장단체들이 휴전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20여대의 탱크와 장갑차.공격용 헬기 등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헤브론과 제닌.나블루스로 진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도시에서 자폭공격 용의자들의 집을 폭파하고 폭발물을 압수했다.

20일 밤에도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의 툴카렘 지역에 진입해 수배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과 교전을 벌였다. 이 교전으로 16세 팔레스타인 소년이 숨지고 최소한 5명이 부상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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