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자택 공사' 겨누는 경찰 수사에 '초긴장' 대한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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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7일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자 대한항공은 어느 때보다 긴장한 상태다. 경찰 수사의 칼날이 다름 아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공사 관련 의혹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후 “향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며 아울러 자체적으로도 진상 파악 중에 있다.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말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내용의 짧은 입장 자료를 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에 대해 해명을 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선 다른 입장을 추가로 내거나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 먼저 수사상황을 살펴보고 내부적으로도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와 관련된 수사인 만큼 섣불리 대응하기보단 먼저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미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찰 수사를 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인테리어 업체 압수수색으로 단서를 확보한 경찰이 관련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업체와 거래가 있었던 기업 및 관계자들에 대한 물밑 조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압수수색이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인만큼, 대한항공은 경찰의 다음 스텝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 조양호 회장의 자택과 해당 호텔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에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또한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당시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회사 이미지 타격과 실질적인 손해도 피할 수 없다. 이날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관련 주가도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2.18%, 대한항공우가 3.83%, 한진칼은 2.20%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조양호 회장 자택 공사를 진행할 시기 함께 진행된 공사는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 웨스트 타워건설 공사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2년 1월 2일부터 웨스트 타워 공사를 시작해 2014년 8월 완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자택 공사 기간과 호텔 공사 기간이 비슷하게 겹친다”고 말했다.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100%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하고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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