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지막 변화, 마지막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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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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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보(144~165)=반면을 살펴보면 퉈자시 9단이 조금이나마 집이 많다. 바둑이 이렇게 백의 승리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찰나, 반상에는 또다시 변화가 나타났다. 145부터 152까지 상변 백을 최대한 추궁한 커제 9단이 153, 155로 최후의 반격에 나선 것이다.

커제 9단의 급습으로 퉈자시 9단은 막판에 두 가지 선택지를 받게 됐다. 첫째, ‘참고도1’처럼 흑의 의도대로 타협하고 안전하게 돌을 연결한다. 다만, 이럴 경우 △를 잃어 중앙에서 집 손해를 보게 된다. 둘째, 반발해서 ‘참고도2’로 ‘패’를 만든다. 패싸움에서 이기면 백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참고도1

참고도1

참고도2

참고도2

선택의 갈림길에 선 퉈자시 9단은 바둑판 쪽으로 얼굴을 파묻고 한참이나 수읽기에 골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따져봐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첫째, 선택지를 고르려면 계가를 확실하게 해봐야 한다. 중앙에서 손해를 보고도 집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선택지를 택하려면 ‘패’를 이기기 위해 당장 쓸 수 있는 팻감이 몇 개인지 세어봐야 한다. 쉽사리 돌을 놓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던 퉈자시 9단의 선택은 결국 1안인 타협안. 마지막 초읽기까지 머리를 짜낸 그의 결정은 과연 옳았을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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