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침묵속 당내에선 "검증못한 것 창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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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 증거 조각 사건의 수습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내에서 일단 대두된 해결책은 안철수 전 대표의 조속한 입장 표명이다. 안 전 대표는 나흘 째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6월 당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당이 흔들릴 때도 안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위기를 돌파했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기 돌파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당 주변의 소망인 것 같다”며 “'안철수 응답하라'는 얘기들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입장 표명 시기를 놓고 다른 의견도 있다. 이태규 의원은 “검찰조사와 내부 조사도 마무리 돼 자신이 책임질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명확히 가려진 후 입장 표명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입장표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도 당초 첫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장을 내는 것을 검토했지만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안 전 대표가 나서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우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나 의원직 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 책임을 지며 내려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안 전 대표의 대표 상품인  ‘새정치’ 브랜드가 큰 타격을 입으며 안 전 대표의 행보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 소속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로 이미 재기가 어려운데 이번 사태로 재기가 힘들게 됐다”며 “당에서도 안 전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당의 가치와 노선을 어떻게 갖고 갈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당에서 탈당론 등이 비등할 가능성은 적다. 한 호남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백기투항’ 하는 것도 옳바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국민의당 의원을 일부 받아 향후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할 생각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의 민심이 더 악화될 경우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지역구인 황주홍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에서는 창피하다, 당이 이래서 잘 되겠느냐, 너라도 빨리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그러나 본지 통화에서 “지역구민의 일부 견해를 전했을 뿐 탈당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검증부족 등의 문제를 점검하기보다 이유미(38)씨의 단독범행으로 몰고가는데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언주 원내수석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공당으로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이 정도로 부실할 수밖에 없었는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5일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은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조작된 내용을 선대위 명의로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있었다”고,김인원 부단장은 “조작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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