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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대북 접근법 큰 차이 … 회담서 충돌은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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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공은 낙관할 수 없다. 양국 정상의 서로 다른 접근법이 양국 관계에서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정상회담 전망 #문 대통령, 북한과 관계 개선 입장 #트럼프는 군사적 옵션 배제 안 해 #사드 환경평가는 시간벌기로 보여 #유연한 대북 정책 성공 못할 것

동북아시아 및 핵 안보 분야의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77·사진) 미국 하버드대 벨퍼센터 소장은 29~30일(워싱턴 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이렇게 전망했다. 앨리슨 교수는 28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배제하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위기를 초래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실시에 대해 ‘새로운 옵션을 찾기 위한 시간 벌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중 관계를 분석한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피할 수 없는가?(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라는 책을 펴낸 앨리슨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 모두에서 국방부 고위직을 지냈다. 다음은 인터뷰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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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간 대북정책 차이를 극복하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려운 문제다. 두 정상으로 인해 한·미 관계가 위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DJ) 정부의 햇볕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활발하게 대북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공격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옵션에 군사행동도 포함돼 있다. 공격 전 마지막 단계로 중국을 통한 대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정책 목표의 충돌로 양국 관계가 위기로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 대한 평가는.
“정책이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평가는 이르다. 대신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의 시각차를 설명하겠다. 베이징(北京)의 지인들은 문제의 원인을 한반도에서 미국의 존재로 본다. 미국 시각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의 새로운 아시아 질서 형성에 필요한 존재이고 동시에 도와줘야 하는 존재다. 한국은 이런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압박 등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사드 배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결정된 일이다. 문 대통령이 결정해야 했다면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워 배치를 미루는 건 새 옵션을 찾기 위한 시간 벌기다. 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사드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는 데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엄격하게 말하면 어떤 정책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

미·중, 전쟁 피하려 부단히 노력해야

미·중 관계 전망은.
“두 나라의 충돌은 전쟁을 향해 가고 있다. 전쟁을 피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련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1세기 전 미국이 부상할 때 영국은 전쟁을 피했고, 소련이 떠오를 때도 전쟁 없이 냉전시대가 잘 관리됐다. 일단 미·중이 핵무기·테러리즘·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힘을 모아 대응하면서 국가 이익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거대한 위협’에 집중하면서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
최근 발간한 저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책의 목적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불행 예방에 있다. 먼저 향후 수십 년 안에 미·중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작지만 좌시해선 안 된다. 위험을 과소평가할 경우 리스크는 커진다. ”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89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는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장관 특별보좌관, 빌 클린턴 정부에선 국방차관보를 지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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